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 중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의 부인이 21일 긴급체포됐다.
인천지검과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합동검거팀은 이날 오전 10시 5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유씨의 부인 권윤자(71)씨를 긴급체포했다.
청해진해운 관계사 중 하나인 대구 소재 방문판매 회사 '달구벌'의 대표를 맡고 있는 권씨는 남편과 아들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회사에 거액의 자금을 몰아준 혐의(배임)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 당시 유씨는 현장에 없었고 권씨를 수행하는 여신도 2명이 함께 있었다.
권씨가 은신했던 아파트에서는 도피자금으로 추정되는 현금 1억1천만원과 권씨 소유의 휴대전화, 메모지 등이 발견됐다.
권씨는 경찰에서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검찰에 신병이 인계됐고, 곧바로 인천지검으로 압송됐다.
권씨는 이날 낮 12시 25분께 인천지검 청사에 도착한 직후 "배임 혐의를 인정하느냐. 남편 유병언씨의 소재지를 알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회색 티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권씨는 검은색 모자를 눌러 쓴 채 수사관 7∼8명에 둘러싸여 조사실로 들어갔다.
검찰은 권씨와 함께 있던 여신도 2명도 임의동행 형식으로 데리고 와 조사하고 있다.
권씨를 상대로는 도피 중인 유씨와 장남 대균(44)씨의 은신처를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
또 유씨와 공모해 아들 소유 계열사에 부당하게 자금 지원을 하는 등 회사에 손실을 끼친 사실이 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권씨의 혐의 중 상당 부분이 확인되면 늦어도 오는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달 22일부터 권씨도 함께 수사 대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씨는 세월호 참사 직후 경기도 금수원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종적을 감췄다.
또 휴대전화를 꺼놓고 수시로 거주지를 옮겨다니며 검경의 추적을 피해왔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권씨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주변인에게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고 숨어지냈다"며 "검경합동검거팀이 20일 이상 잠복하고 추적한 끝에 검거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범인도피교사 및 범인은닉도피 혐의로 유씨의 매제인 오갑렬(59) 전 체코 대사 부부를 체포한 데 이어 권씨마저 체포하면서 유씨 부자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씨 부부는 일명 '신엄마' 신명희(64·여·구속)씨 등 유씨의 도피를 돕던 측근들이 검거되자 전면에 나서 다른 이들에게 유씨 지원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권씨의 동생이자 유씨와 함께 구원파를 세운 고 권신찬 목사의 차남인 권오균(64) 트라이곤코리아 대표도 지난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권 대표는 ㈜흰달의 사내이사와 대표이사 등을 지냈으며 계열사 자금을 경영 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유씨 일가에 몰아줘 회사에 수십억원 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체포되거나 구속된 유씨 일가는 권씨와 유씨의 형 병일(75)씨를 포함해 총 5명이다.
492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유씨의 장녀 섬나(48)씨는 지난달 27일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
섬나 씨는 프랑스 법원에 낸 보석 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구금된 상태에서 한국 인도 여부를 결정받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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