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학위 장사’로 13명의 교수가 사법 처리되는 등 홍역을 앓았던 원광대에서 또 다시 의대 교수들이 돈을 받고 제자들의 논문을 대필해준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다.
20일 전주지검과 원광대에 따르면 이들 교수들은 박사과정에 등록한 개업의들로부터 돈을 받고 수업이나 실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도록 편의를 봐준데다 논문까지 대신 써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수 명의 검사가 참여하는 전담반까지 꾸려 수사에 나섰고, 최근 원광대 의대 교수실과 해당 교수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원광대 의대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박사학위를 딴 사람들의 명단과 수업 및 실습출석부 등을 넘겨받고 해당 교수들의 은행계좌를 추적하는 한편, 조만간 해당 교수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2005년에도 의예과와 한의대 교수 3명이 구속되는 등 모두 13명이 사법 처리된 바 있는 원광대는 또다시 압수수색을 당하자 초상집 분위기다. 원광대 의대 A교수는 “교수들의 갈등이 커지면서 내부 제보에 의해 사건이 불거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교수들은 9년 전 겪었던 악몽이 떠올라 연구와 진료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시 전주지검은 두 달 간 수사를 벌여 석ㆍ박사 과정에 등록한 개업의사와 한의사들에게서 500만~2,000만원의 돈을 받고 수업과 실험실습 불출석을 묵인해 주고 대신 논문을 작성해 준 혐의(배임수재)로 원광대와 전북대 등 대학교수 5명을 구속기소하고 2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교수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난 개업의 198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연루자 대부분은 선고유예나 벌금형을 받아 교수직을 유지하거나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학위 장사’ 사건에 연루됐던 원광대 교수 2명은 사건이 터진 직후 해임됐다가 2년 뒤 재임용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경찰청도 최근 자신이 가르치던 대학원생들로부터 돈을 받고 논문을 대필해 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수도권의 한 사립대 치과대학 교수 홍모(48)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 교수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학생들의 논문을 대신 써 주고서 학위 논문 심사까지 통과시켜 준 대가로 수 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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