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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낸 관피아 수사, 피의자 자살 내몰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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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낸 관피아 수사, 피의자 자살 내몰았나

입력
2014.06.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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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단가 부풀리기 수사 중

목숨 끊은 철도시설공단 간부

검찰에 7차례나 불려가

유족 측 "개인비리 캐면서

먼지털이식 짜맞추기 수사"

검찰은 "자백 강요 없었다"

무리한 강압수사였나. 지난 17일 새벽 검찰 수사를 받던 한국철도시설공단 간부 이모(51)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먼지털이식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유족 측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자백 강요는 전혀 없었다”고 강변, 이씨에 대한 수사과정 및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를 둘러싼 의문이 점점 증폭되고 있다.

20일 대전지검 특수부와 사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씨는 총 7차례 검찰에 불려갔다. 첫번째 조사는 4월 22일, 선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전송장비의 납품단가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이뤄졌다. 철도시설공단에 장비를 납품한 A사 대표 최모(44ㆍ구속)씨와 공사설계를 맡은 설계회사 임원 김모(49ㆍ구속)씨가 짜고 130억원 정도를 부풀린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씨가 관련됐는지를 살펴 보려 한 것이었다. 공모사실이 확인되면 이씨한테는 배임 혐의가 적용되고, 이씨가 김씨 등한테 속은 것이라면 공단은 사기 피해자가 된다. 검찰의 최종 결론은 ‘사기 사건’이었다.

이씨 측과 검찰의 주장이 엇갈리는 지점은 그 다음부터다. 검찰의 조사 내용을 소상히 전해 들었다는 한 지인은 “고인에 대해 검찰은 처음부터 ‘배임 혐의’에 초점을 뒀다”며 “애초 사건의 본류와는 관계가 없는 개인비리를 캐면서 이씨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가 불거지자 어떻게든 철도시설공단이 관련된 비리 사건으로 만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씨가 검찰 수사를 받고 나올 때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해 둔 A4용지 11쪽 분량의 ‘검찰출두기록’을 보면 검찰이 애초 이씨를 ‘배임혐의 피의자’로 보고 접근했던 것만큼은 명백해 보인다. 1~4차 출두 시(4월 22일~5월 8일) 검찰은 이씨한테 ▦최씨로부터 대포폰을 받아 사용한 이유 ▦외제 중고 승용차 대금을 현금으로 지불한 이유 ▦공단 회의 시 비싼 A사의 장비가격을 옹호한 이유 등을 캐물었다. 또 4차 조사 때부터 검찰은 이씨가 친구이자 통신공사업을 하는 다른 최모(51)씨한테 약 5년간 무상으로 차량을 대여받아 사용하게 된 경위와 이유를 집중 추궁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이씨 가족이 공동으로 차린 식당과 관련해서도 ‘창업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소명하라’며 가족들의 계좌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검찰이 배임 아닌 사기사건으로 결론 내고도 다른 비리 자백을 압박했다는 것이 이씨 주변의 주장이다. 이씨의 한 지인은 “고인이 ‘검찰이 업체한테 돈을 받아 공단 윗선에 상납한 사실을 털어놓지 않으면 가족과 지인을 뒤지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자필유서에 “사실을 얘기해도 검찰에선 더 큰 걸 자백하란다. 나 살자고 거짓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데…”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에 대한 1~4차 조사는 사기 사건의 피해자 자격으로 한 것이며, 남은 3번의 조사 중에서도 두 차례는 자료제출과 조서 작성을 위해서였다”며 “실제 조사는 한 차례, 8시간 동안 이뤄진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무리한 관피아 수사라는 반발에 대해서도 “그 문제가 공론화되기 전부터 내사해 왔던 사건으로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담당검사한테 확인한 결과, 이씨에게 ‘공단에 납품비리나 업체와의 유착 관행 등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비리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묻긴 했으나 윗선을 운운했다든가 그 이상의 추궁은 안 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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