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모집주체를 '군 의향 수용한 업자'에서 한국 측과 조율 후 '군 요청받은 업자'로 최종 표기" "민간기금 보상금 받은 한국인 위안부 61명" 강조
일본 정부가 20일 발표한 고노 담화 검증 결과는 일본 정부와 군이 위안부 강제 연행에 간여했다는 역사적 사실보다 담화가 나오기까지 한일이 물밑에서 벌인 문구 조정 작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담화 문구가 어떤 영향력으로 바뀌게 됐는지 조목조목 따졌고, 그래서 담화를 둘러싼 정상적인 외교 과정이 마치 정치적인 타협으로 비치도록 한다.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가 주체적으로 판단했다고 명시했고 이날도 일 정부는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부가 사실상 담화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 무력화시키려는 교묘한 시도를 벌이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담화의 조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담화 작성 당시 한국측과 문구 조정이 있었다는 것과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와의 청취 조사를 뒷받침하는 사후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담화 문구 작성 전 사무협의 단계에서 일본측이 “한국의 부정적인 반응을 피하고 싶다”며 강제성 논란에 대한 한국측 의견 제시를 요구했고 한국은 이에 협력의사를 밝혔다. 문구 조정 과정에서는 ▦위안부 설치에 군의 관여 여부 ▦위안부 모집시 군의 관여 ▦위안부 모집시 강제성에 맞춰 상당 부분 문구를 조정했고 밝혔다. 일본측이 작성한 고노 담화 초안에는 위안부 모집 주체를 ‘군의 의향을 수용한 업자’로 규정해 사실상 군대 차원의 강제연행은 없었다고 표기했다. 하지만 ‘군 또는 군의 지시를 받은 업자’로 하자는 한국측의 요청을 받고 조율을 거친 뒤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로 최종 표기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밖에 민간기금에 의한 보상금과 일본 총리의 서명이 들어간 사죄 편지를 받은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자 61명에 달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검증팀 좌장인 다다키 게이이치(但木敬一) 전 검찰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검증 결과는 고노 담화와 아시아 기금이 탄생한 경위를 공평공정하게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검증은 일본유신회 등 야당과 보수언론의 끈질긴 요구에 스가 장관이 4월 검증팀을 꾸려 진행했다. 국제법 전공 학자, 아시아 여성기금 관계자 5명이 두달 간 담화 발표 당시 자료와 관계자 청취를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이날 검증 결과 발표 직후 고노 담화의 주역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은 “국내외 많은 자료와 옛 군인, 위안소 경영자 등 관계자의 증언,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 조사 등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 고노 담화”라고 말했다. 그는 “담화는 당시 한일관계의 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힘껏 노력한 결과물이었다”면서 “한일 양국 지도자가 대국적인 판단을 해 어려운 상황에 있는 두 나라 관계가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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