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콜롬비아·아르헨 기후·홈 코트 이점에 잇단 승전보 '찬찬찬'
스페인·포르투갈·잉글랜드 등 습한 날씨에 고전…짐 싸는 팀 늘어 '초상집'
개막한지 일주일이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예상대로’ 홈코트 잇점을 누리는 남미 열풍이 거세다. 개최국 브라질을 비롯해 인접국 칠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B조 칠레, C조 콜롬비아는 2승으로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칠레는 2010년 남아공 대회 우승 팀 스페인, 준우승 팀 네덜란드와 한 조에 묶였지만 “험난한 조별리그를 치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연거푸 승전고를 울렸다. 칠레가 무적함대 스페인을 2-0으로 격파한 사건은 이번 대회 최대 이변 중 하나다.
콜롬비아도 그리스(3-0), 코트디부아르(2-1)를 빠른 스피드로 제압하며 16강행 티켓을 따냈다. 왼 무릎 십자인대를 다친 특급 공격수 라다멜 팔카오가 빠졌지만 다른 선수들이 똘똘 뭉쳐 ‘원 팀’(One Team)의 위력을 과시 중이다. 미국 ESPN은 20일 “콜롬비아가 팔카오 있을 때 보다 더 조직적이고 탄탄한 팀으로 변했다. 호세 페케르만 콜롬비아 감독이 팔카오의 부상을 계기로 현명한 전술을 구축했다”며 “특급 스타의 원톱 체제보다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이다”고 극찬했다.
A조 브라질(1승1무ㆍ승점 4점)도 조 1위로 16강 진출에 걸림돌이 없다. F조 아르헨티나도 첫 경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2-1승)을 잘 치렀다. 1차전에서 코스타리카에 1-3으로 덜미를 잡혀 탈락 위기에 몰렸던 D조 우루과이마저 잉글랜드를 2-1로 꺾은 상황. 유럽 축구 강국들이 몰락하는 사이 남미 국가들은 휘파람을 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남미 초강세 현상을 지리적 접근성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월드컵은 브라질로서는 64년 만에 자국에서 개최한 대회다. 그러나 남미 전체로 보면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열리는 대회다. 그만큼 이번 대회는 브라질뿐 아니라 남미 전체의 축구 축제가 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상당수 축구팬들은 며칠이 걸리더라도 차량을 이용해 브라질로 몰려 들고 있다. 숙소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지만 경기장 근처 도로변이나 해변에서 노숙하며 자국팀을 응원하고 있다. 지난 16일 아르헨티나 축구팬 5만여명은 보스니아-헤르케고비나전을 보기 위해 리우데자네이루로 몰려들었다. 19일에는 칠레 축구팬 3만5,000여명이 마라카낭 경기장에 집결했다. 20일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잉글랜드전)에 모인 우루과이 축구팬은 1만2,000여명, 같은 날 마네 가힌샤 경기장(코트디부아르전)에는 콜롬비아 축구팬 1만여 명이 입장했다. .
브라질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는 “많은 남미 팬들이 올해 대회가 월드컵 경기를 직접 관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찌감치 브라질 월드컵 여행 계획을 짰다”며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월드컵 경기를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리적인 요인과 함께 브라질의 독특한 기후도 남미 열풍의 원동력이다. 유럽 선수들은 습하고 무더운 브라질 날씨에 아직도 적응 중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비가 내릴 때도 있고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지기도 한다. 스페인, 포르투갈, 잉글랜드 선수들은 경기 내내 체력 관리에 애를 먹어 고전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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