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지명철회 요청 후 수용하는 방식 거론
중앙아시아를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밤 귀국함에 따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취를 두고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재가를 보류해 문 후보자에게 거취 판단의 공을 넘겼지만, 문 후보자가 ‘청문회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공은 박 대통령에게 되돌아온 형국이다.
문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거부하는 한, 박 대통령에게는 임명동의안을 재가해 국회에 제출하거나 문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는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다. 문제는 두 선택 모두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부를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우선 여당조차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마당에 박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재가해 국회에 제출할 경우 민심을 거스르는 ‘임명 강행’으로 해석돼 여론의 거센 반발을 부를 수 있다. 20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후보자가 총리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은 64%에 달했고, 적합하다는 의견은 고작 9%에 불과했다. 7ㆍ30 재보궐 선거가 다가오는 점도 민심을 거르기 어려운 요소다.
박 대통령이 지명 철회 카드를 꺼낼 경우도 인선 실패를 자인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엄청나기는 마찬가지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도 검증 실패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더군다나 문 후보자가 거세게 반발이라도 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서 문 후보자가 총리 내정 과정에서 청와대나 여권과의 교감 과정 등을 ‘폭로’하며 청와대를 정면 겨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제3의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재가 여부에 대한 결단을 조금 미루면서 문 후보자와 의견을 조율하는 수순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 경우 문 후보자가 2006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례처럼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통해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대신, 자신의 항변을 남기되 대통령의 부담을 더는 명분으로 지명 철회를 요청하게 되면 후보자와 대통령 모두 다소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청와대 참모진들은 이 같은 여러 가능성을 점검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투르크메니스탄을 끝으로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박 대통령은 7시간 가량의 귀국길 기내에서 ‘문창극 난제’를 푸는 과제를 떠안은 상황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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