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판 수비수들 줄줄이 은퇴
골키퍼 잦은 실수도 골잔치 원인

브라질 월드컵에 ‘골 폭풍’이 강타하고 있다. 20일(한국시간)까지 23경기에서 66골이 터졌다. 경기당 평균 2.87골이다. 잠시 주춤하던 월드컵 골 그래프가 재 반등하는 모양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2.71골, 1998년 프랑스 대회 2.67골, 2002년 한일 대회에서 2.52골, 2006년 독일 대회 2.3골,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는 2.27골이 경기당 터졌다.
AFP 통신은 ‘골 잔치’ 원인 중 하나로 색다른 전술의 등장을 꼽았다. 4년 전 득세한 4-2-3-1 포메이션(최전방 공격수 1명) 대신 2명의 공격수를 내세우는 전술이 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네덜란드다. 5-3-2 전술을 쓰는 네덜란드는 로빈 판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리언 로번(바이에른 뮌헨)이 쉴 새 없이 상대 진영을 휘젓는다. 스페인전 5-1, 호주를 상대로도 3골을 퍼부으며 3-2로 이겼다.

AFP 통신은 또 최근까지 세계 축구를 주름잡던 스페인의 짧은 패스 축구 ‘티키타카’의 영향도 이유로 제시했다. 이 스타일이 널리 퍼지면서 각 팀은 볼을 소유하기가 어렵고, 또 공을 빼앗기는 경우도 늘어나면서 결국 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브라질이 전반적으로 기온과 습도가 높아 선수들이 빨리 지치면서 실수가 나올 확률도 높아진 점도 다득점 요인으로 지목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국제축구연명(FIFA) 랭킹에 주목했다. 이번 대회에는 랭킹 1~23위 가운데 우크라이나(16위)를 제외한 22개국이 모두 출전했다. 4년 전 2010년 남아공 월드컵(20개국) 보다 2개국 늘었다. 이 매체는 공격력이 좋은 팀들이 대거 브라질에 입성하면서 득점도 늘었다고 분석했다.

슈퍼 스타들의 선전도 빼놓을 수 없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네이마르(브라질) 토마스 뮐러(독일) 카림 벤제마(프랑스)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등은 모두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하고 있다. 반면 리오 퍼디난드(잉글랜드)와 파비오 칸나바로(이탈리아) 등 간판 수비수들은 모두 대표팀에서 물러난 상태다. 수준 높은 공격을 막을 견고한 방패가 보이지 않는다.

골키퍼들의 잦은 실수도 골 풍년에 한몫 했다. 기막힌 선방쇼를 한 기예르모 오초아(멕시코)도 있었지만, 유독 골키퍼들의 실수가 눈에 띄는 브라질 월드컵이다. 세계 최고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스페인)는 2경기 동안 무려 7골을 내줬다. 러시아 수문장 이고리 아킨페예프는 이근호(상주 상무)의 중거리 슈팅을 뒤로 흘렸다.
한국 대표팀 골키퍼 정성룡(수원 삼성)은 “공인구 브라주카가 이전에 비하면 무거운 편이다. 공격수에게 유리한 면이 있지 않나 싶다”며 “러시아전을 비롯해 다른 경기들에서도 골키퍼가 실수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것 같다. 공이 무게도 있는데다 미끄러워 골키퍼가 잡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