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슬픔
다니엘 페낙 지음ㆍ윤정임 옮김
문학동네 발해ㆍ376쪽ㆍ1만4,800원
집안의 유일한 열등생이었던 성공한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다니엘 페낙(사진)의 ‘학교의 슬픔’은 성공한 작가가 뒤돌아본 열등생 시절의 상처에 관한 자전적 에세이다. 공부를 못한다는 건 답답하거나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슬픈 일이라고는 생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엘리트의 재생산을 가문의 은밀한 사명으로 여기는 교양 있는 중산층 집안에서 유일하게 열등생이었던 작가에게는 심대한 내면적 영향을 끼친 생애의 중대 사건이었다. 알파벳 한 글자를 외우는 데 1년씩이 걸렸던 이 지독한 열등생은 기원과 내력을 알 수 없는 집안의 골칫거리였고, 그럼에도 애정을 갈구하는 그의 내면은 두려움과 슬픔에 잠식됐다. 그리고 그 감정은 그토록 지대한 성공을 이루고도 끝내 극복되지 못했다.
2007년 프랑스 르노도상을 수상한 ‘학교의 슬픔’은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정신적인 충격을 다루는 책”이다. 25년간 교편을 잡은 교사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열등생과 부모와 선생들이 공유한 고통, 학교가 빚어낸 그 슬픔의 상호작용”을 따스하고도 위트 넘치는 시선으로 분석했다.
작가는 “앎을 가로막는 데는 슬픔보다 더한 차단벽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어머니는 언제나 문제가 된다. “이 애가 장차 무엇이 될지…” 근심하는 어머니의 슬픈 얼굴. “희망 없는 현재의 이미지가 터무니없이 비대하게 투영된 벽을 미래라고 생각하는 것, 바로 여기에 모든 어머니의 거대한 공포가 있다.”
열등생으로 시작해 열등생으로 끝나는 수많은 사람 가운데 홀로만 구조됐다는 느낌에 곧잘 휩싸이는 페낙은 자신을 구원했던 몇 명의 선생님을 통해 학교의 슬픔은 수업을 통해서만, 즉 앎의 욕망 자체를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구원의 스승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모른다고 하는 우리의 고백에 속아넘어가지 않”고 “시간이 있으니까 우리 한 십오 분만 더 수학을 해보면 어떨까?” 지치지도 않고 제안한다. 그들은 열등의 원인을 분석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도 설교를 하려 들지도 않았다. “그저 위기에 빠진 청소년을 마주한 어른”으로서 “몸을 던지고 또 던져 마침내 나를 건져냈”을 뿐. 공교육이 무너진 한국 사회를 떠올리면 사무치는 문장들이다.
방법은 언제나 있어왔다고 작가는 단언한다. 다만 어느 교사도 그것을 입밖에 내지 못했을 따름이다. 바로 “사랑.” 사랑은 지치지 않는다. 교사가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면, 단 한 명의 교사일지라도 아이는 충분히 구원될 수 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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