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간판 루이스 수아레스(27ㆍ리버풀)와 잉글랜드 골잡이 웨인 루니(29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함께 웃지 못했다.
나란히 골 맛을 보며 세계 정상급 공격수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지만 팀 운명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수아레스는 20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D조 2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부상을 털고 돌아오자마자 선제골과 결승골을 모두 넣는 원맨쇼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31골로 득점왕에 오른 특급 골잡이 수아레스는 월드컵을 앞두고 훈련을 하다가 왼 무릎 연골판이 파열돼 지난달 23일 수술을 받았다. 때문에 우루과이의 월드컵 첫 경기였던 코스타리카전에 결장했다. 수아레스가 빠진 우루과이는 1-3으로 고개를 숙였다.
다급한 우루과이는 결국 수아레스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수아레스가 소속팀에서 보여줬던 파괴력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 부호가 달렸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수아레스는 전반 39분 에딘손 카바니(파리생제르맹)가 올린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해 우루과이에 선취 득점을 안겼다.
1-1로 맞서던 후반 40분에는 우루과이 수문장 페르난도 무슬레라(갈라타사라이)가 앞으로 길게 찬 볼이 상대의 머리에 맞고 흐르자 쏜살같이 달려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잉글랜드를 침몰시킨 그는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우루과이를 벼랑에서 건진 수아레스는 경기 후 “내 생애 최고의 경기 가운데 하나였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얼마나 꿈꿔왔는지 모른다”고 기뻐했다. 이어 “몸 상태에 대해 많은 의문이 있었지만 경기를 통해 용기와 의지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반면 루니는 지독한 월드컵 골 가뭄을 씻어냈지만 팀 패배에 고개를 들지못했다. 0-1로 뒤진 후반 30분 글렌 존슨(리버풀)의 패스를 받아 월드컵 본선 무득점 행진을 10경기 759분 만에 깨뜨리고 포효했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패하면서 루니의 월드컵 데뷔골은 빛이 바랬다. 그 동안 루니는 A매치 92경기에서 39골,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442경기 216골을 기록한 특급 공격수였지만 유독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루니는 경기 후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 한 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무표정하게 빠져 나가 선수단 버스에 몸을 실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