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아시아를 순방을 마치고 21일 귀국한다. 청와대가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재가를 박 대통령이 귀국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자진 사퇴를 거부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거취문제는 조만간 결론이 날 전망이다.
20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출국해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까지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하고 주말인 21일 밤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애초 순방 중 '전자결재' 방식을 통해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를 재가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비판 여론과 함께 청문회를 거치더라도 국회 인준이 어렵다는 전망이 급속히 확산하자 지난 18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귀국 후 재가를 검토하겠다"고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문 후보자에 대한 자진사퇴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정작 당사자인 문 후보자가 이른바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면서 박 대통령의 귀국 후 결정이 더욱 주목 받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대통령이 재가를 미루며 문 후보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도록 넘겼는데, 문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명예회복을 하겠다며 버티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말 이후 이뤄질 임명동의안 재가 여부가 문 후보자의 역사인식 논란으로 촉발된 '인사 정국'의 분수령이 된 전망이다.
일단 박 대통령에게는 3가지의 선택지가 있어 보인다. 다만 박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향후 정국 시나리오는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에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박 대통령이 미뤘던 재가를 서둘러 실행에 옮겨 문 후보자가 청문회장 증인석에 앉는 기회를 보장해 주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청와대를 향한 민심이 급속도도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출퇴근길에서 보여준 문 후보자의 다소 감정적이고 격앙된 대응을 볼 때 청문회는 정치권 주도의 검증이 아니라, 문 후보자 주도의 명예회복 자리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 경우 '미니총선'급으로 판이 커진 7·30 재보선을 앞둔 여당에도 엄청난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둘째는 재가를 포기하는 선택지다. 이 또한 박 대통령으로서는 감내해야할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는 곧 '지명철회'인데 안대희 전 후보자에 이어 총리 후보 2명이 연속으로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국정운영 동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 지난 2002년에도 장상, 장대환 총리 후보가 연달아 낙마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김대중정부 집권 말기였고, 그래도 청문회 증인석에는 후보자들이 앉아봤다는 점에서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또 순방 직전 단행한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서 유임시킨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부실검증' 비판론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세 번째로는 귀국 이후에도 재가 여부에 대한 결단을 조금 더 미루는 경우다. 이는 문 후보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넣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진사퇴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문 후보자가 지난 2006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처럼 직접 박 대통령에게 '지명철회'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사면초가에 처한 문 후보자에게 거취 결정마저 떠넘겼다는 '무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순방 기간 각종 의혹과 논란이 불거진 일부 장관(급) 후보자들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관심이다. 박 대통령이 '귀국 후 재가 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그 대상에 문 후보자뿐만 아니라 2기 내각 개편 때 지명한 장관 후보자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제자 논문 가로채기' '자기 논문 표절' 등 논문 관련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고,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경우 2002년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 당시 약식기소돼 1천만원의 벌금을 낸 것이 확인되며 야당의 거센 사퇴공세에 직면해 있다.
연합뉴스ㆍ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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