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파이트
프레드 보겔스타인 지음ㆍ김고명 옮김
와이즈베리 발행ㆍ332쪽ㆍ1만5,000원

애플과 삼성이 특허 침해 여부를 놓고 2011년 시작한 법정 공방이 3년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싸움의 원인과 배경은 무엇일까. IT 전문지인 와이어드의 기자이자 IT비즈니스 전문가인 프레드 보겔스타인이 법정 싸움의 진짜 이유를 공개한다. 애플이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삼성과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 강자 애플의 라이벌은 삼성이고, 소프트웨어 강자 구글의 라이벌은 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게 업계의 상식이란 점에서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갸웃해진다. 구글의 공동 설립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멘토로 삼을 정도로 애플과 구글은 상대를 동반자로 여겼다.
하지만 보겔스타인은 이 책에서 두 기업이 절친한 조력자에서 철전지 원수로 변해가는 과정을 당시 회사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보여준다. 보겔스타인이 특히 주목한 것은 잡스가 구글의 자체 안드로이드폰 개발에서 느낀 배신감이다. 저자는 잡스가 구글 경영진을 철석같이 믿었고 그 때문에 구글이 넥서스폰을 출시하자 “가만 두지 않겠다”며 치를 떨었다고 한다. 애플과 구글의 갈등은 당장의 시장 점유율 경쟁보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고 여긴 잡스의 감정 대응이 더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구글이 아닌 삼성을 공격할까. 저자는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가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보다 도용 사실을 입증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삼성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탓에, 애플과 구글의 감정싸움에 억울하게 휘말린 셈이 됐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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