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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과 통쾌함 사이… 싸이 '행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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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과 통쾌함 사이… 싸이 '행오버'

입력
2014.06.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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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탕 노는 술문화' 노출로 기성문화 조롱

통쾌한 카타르시스…싸이만의 스타일 성취

싸이가 새로 들고 온 신곡 ‘행오버’는 우리말로 숙취라는 뜻이다. 신나게 마신 뒤 오는 지끈지끈한 두통과 속 쓰림. ‘행오버’ 뮤직비디오는 술 마신 다음날 깨어난 싸이가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쳐 박고 토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번 곡에 함께 참여한 스눕독은 그런 싸이의 등을 두드려준다. 이 장면은 싸이가 구토하듯 쏟아내는 음악과 그 음악을 ‘행오버’라는 곡을 통해 다독이며 도와주는 스눕독을 상징한다.

구토 장면이 고통스럽고 힘겨웠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세히 보면 싸이의 손이 음악에 맞춰 박자 맞추듯 변기를 두드리고 있으며 스눕독은 그런 싸이의 등을, 마치 변기를 두드리는 싸이처럼, 두드리고 있다.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장면으로 보이지만 ‘토해낸다’는 의미와 숙취가 풍기는 나른함과 고통스러움의 뉘앙스, 그리고 변기를 두드리고 등을 두드리는 장면들을 연결해보면 이런 것들이 싸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상반된 느낌과 닿아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건 불편함과 통쾌함 사이의 어떤 것이다.

사실 ‘행오버’가 노래로서 그리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강남스타일’과 비교해 한 방이 부족하다고 하고 그럼에도 “받으시오~” 같은 후렴구나 태평소가 들어가 흥을 돋우는 대목에서는 중독성이 느껴진다고 한다. 댄스곡과 본격 힙합이라는 장르적 차이에서 비롯된 호불호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의 트렌드로 자리한 힙합을 겨냥한 곡이기 때문에 한국 대중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행오버’는 싸이라는 가수의 취향이고 개성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좋아야 하고 사랑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2위까지 올라갔고 유튜브 조회 횟수 또한 천문학적이라는 점이 다시 거론될 때면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팝의 본고장 미국에 진출한 싸이가 대견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국가대표 응원하듯 취향 무시하고 싸이를 응원할 필요는 없다. 취향이 맞지 않더라도 개성은 개성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정답은 없다.

분명한 건 싸이가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싸이 음악의 근간은 ‘한번 놀아보자’는 흥을 바탕으로 한다. 그 위에서 젠 체하고 예의 바른 척하며 억누르고 있는 본성을 그는 음악으로 표출한다. ‘강남스타일’의 말춤이나 메뚜기춤 그리고 보기 민망한 저질댄스는 모든 걸 잊고 ‘한바탕 뒤집어지는’ 춤의 흥으로 전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젠틀맨’은 ‘동방예의지국’의 예의에 눌린 억압된 본능을 악동처럼 끄집어냈다. 그리고 ‘행오버’는 이제 우리의 과도하게 흥겨운(?) 술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다. 폭탄주에 러브샷에 1차, 2차를 반복하고 노래방에서 입가심을 하며 진탕 마시고는 다음날 지끈지끈한 머리를 잡고 편의점 컵라면과 삼각김밥에 숙취해소음료로 해장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면 알코올을 뽑아내기라도 하려는 듯 사우나에서 땀을 빼는 이 기이하게 흥겨운 술 문화는 현실을 벗어난 통쾌한 카타르시스와, 현실의 나락으로 다시 떨어지는 불쾌한 숙취를 남긴다. 싸이의 이 일관된 비틀기는 그래서 불편하지만 통쾌한 정서를 동반한다. 이만하면 싸이는 확고한 자기 스타일과 취향 그리고 색깔을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 싸이가 빌보드 차트 몇 위의 순위보다 더 크게 성취한 것일 수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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