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음질이 더 좋다는건 편견 소장용 가치 높아 마니아 늘어
아이튠스가 美 음악매출 정상 오른 2008년 LP 판매량 급증이 방증
디지털 시대 반작용은 아니다
확실히 LP가 붐이다. 해외 록 밴드, 국내 인디 밴드, 혹은 몇몇 메이저 가수들에 국한됐던 LP 발매가 최근 부쩍 늘었다는 인상을 받는다. 비틀스와 아이유의 음반이 각각 한정판 LP로 발매된다는 소식도 들리는데 특히 아이유는 수록곡 7곡 외에 ‘건전가요’가 하나 수록된다는 게 특이하다. 1970~80년대 가요 앨범의 콘셉트를 그대로 살리는 기획이다.
2011년 시작된 서울레코드페어가 올해는 6월 28, 29일 서울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지난해까지 누적 관객 1만2000명을 모았다. 전에는 유료로 진행했지만 올해는 무료로 전환하고 음반 소개와 판매에 집중한다. 3년 전만 해도 이 행사는 ‘힙스터(유행을 따르지 않고 비주류 문화와 자신만의 패션을 즐기는 부류)’ 취향의 이벤트 정도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음악 팬들이 기다리는 행사로 발전했다. 지난해부터는 한정판으로 국내 음반을 발매하고 있는데 올해는 노브레인 1집 ‘청년폭도맹진가’(2000), 언니네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2008),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의 데뷔 앨범인 ‘180G BEATS’(2000)와 김목인 1집 ‘음악가 자신의 노래’(2011), 더 콰이엇과 도끼, 빈지노가 속한 일리네어 레코즈의 최근작 ‘11:11’(2014)을 발매한다.
LP 붐이 그저 ‘느낌적 느낌’은 아니다. 최근의 빌보드 앨범 차트를 보면 잭 화이트의 새 앨범 ‘라자레토’가 1위를 차지했는데 발매 첫 주 판매량이 13만8,000장이었다. 특이한 것은 판매된 음반 중 약 4만장이 LP라는 점이다. 나머지는 음원이 약 5만6,000장이고 CD가 약 4만1,000장이다. 그러니 LP 판매가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이 앨범은 닐슨 사운드스캔이 LP 판매량 조사를 시작한 1991년 이후 주간 LP 판매량으로는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LP 판매량이 2007년 100만장을 기록한 후 2009년 250만장, 2012년 450만장 등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이런 LP 붐을 놓고는 여러 견해가 있다. 레코딩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LP의 음질이 대체로 더 좋다는 것은 편견이다. 처음부터 아날로그 장비로 녹음하지 않는 한 LP 특유의 소리를 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CD로 발매된 음반을 LP로 제작하는 경우가 그렇다. 다만 LP는 소장용으로 가치가 높다. CD를 사도 음악은 MP3로 듣는다면 차라리 돈을 더 주더라도 사이즈가 크고 특별한 아이템이 포함된 LP를 구매하는 게 낫다는 태도다.
미국의 LP 판매량이 2007년 이후 급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 음악 산업에서 2006년과 2008년은 무척 중요하다. 2006년은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해이고 2008년은 아이튠스가 음악 산업 매출 1위를 차지한 해다. 미국의 산업 구조는 이때부터 아이튠스 혹은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했다고 보는데 역설적으로 이때부터 LP 판매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는 음악이 영화 등 다른 장르에 비해 개인과 더 밀접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사람들은 음악을 소유하길 원한다. 내 것이기를 원하는 것이다. 디지털 다운로드나 스트리밍은 청취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이때 중요한 건 다시, 음악적 경험이다. 이 음악이 ‘내 음악’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이 음악을 통해 어떤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CD는 아직까지는 보편적인 매체다. 컴퓨터 게임도, DVD나 블루레이 영화도 사이즈가 동일하다. 이래선 음악에 특화됐다고 할 수 없고 그래서 소유욕을 자극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LP에 대한 관심이 디지털 음원 시대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물리적 음반이 디지털과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본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CD는 아무래도 가장 애매한 포맷으로 기억될 것이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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