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의동에서 30여 년간 낙지요리집을 운영한 김 모 씨는 최근 치킨집으로 전환하기 위해 가게 실내장식을 다시 하고 있다. 저녁 손님 위주로 영업했지만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가게가 텅 비면서 업종을 전환하게 됐다. 김 씨는 “지난 두 달간 기업이나 관공서 회식이 자취를 감췄다”며 “30년 넘게 장사했지만 지금처럼 어려웠던 적은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상공인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바닥까지 가라 앉은 내수경기 회복을 촉구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소상공인살리기운동본부는 19일 서울 망원시장 상인연합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와 정부 등에 소비심리 회복과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700만 소상공인ㆍ시장상인 성명서’를 통해 “소상공인들은 경기불황과 세월호 참사로 문 여는 게 겁날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린다”며 “손을 놓은 채 그저 지켜만 보는 정부와 국회는 이제 멈춰버린 경제의 최전선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 살리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내수 촉진 방법도 몇 가지 제시했다. 우선 ▦기업들이 근로자들의 휴가 사용 을 권하고, 되도록이면 국내에서 휴가를 보낼 것 ▦회식이나 워크숍 체육행사 전시회 등 각종 행사를 미루지 말고 원래대로 개최할 것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과 관광상품권 구매를 늘려주고 ▦우리 공산품 및 농산물로 선물 보내기 ▦하반기 구매 예정 물품 및 기자재 조기구매 ▦협력업체에게 현금결제를 확대해 줄 것 등이다.
실제로 소상공인들이 입은 경영 타격은 심각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9일부터 3일간 숙박 음식 여행 운수업 등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400명을 대상으로 ‘세월호 사고 여파에 따른 경기체감’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77.8%)이 경영상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도 4월 이후 두 달 연속 하락할 정도로 소상공인들은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소상공인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중 12명이 아직 실종 상태인 만큼 세월호가 남긴 숙제를 차근 차근 풀어가면서 경제도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공동대표는 “세월호 참사가 부담이 됐지만 잊어버리자는 게 아니라 밝힐 건 밝히고, 처벌할 사람은 처벌하는 동시에 경제도 살려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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