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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OCS

입력
2014.06.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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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리처드 기어의 준수한 용모와 연기가 빛났던 할리우드 명화 ‘사관과 신사’는 미 해군사관후보학교(Officer Candidate School)가 배경이다. 로드 아일랜드주 뉴포트에 있다.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해군사관학교와 함께 오대양을 누비는 미 해군 장교들을 길러내는 양대 기관이다. 미국을 이끌어온 리더들 가운데는 유난히 OCS 출신이 많다. 존 F 케네디,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 등이 대표적이다.

▦ 1948년 도입된 우리 해군사관후보생 제도는 정확히 미 해군OCS를 모델로 삼았다. 4년제 대학졸업자 또는 동등 이상 학력자라야 지원할 수 있다. 진해 해군사관학교 내 장교교육대대에서 10주간 훈련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한 뒤 단기복무장교로 3년을 근무한다. 육군과 공군에도 사관후보생이 있지만 해군OCS가 단연 인기가 높고 경쟁률도 세다. 의무복무기간이 4~5년인 타군 사관후보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는 매력도 작용한 듯하다.

▦ 각계에 포진한 해군OCS 출신의 화려한 인맥도 인기의 한 요인이라고 한다. 지난달 임관한 116기까지 해군 OCS 출신은 21,000여 명. 그 중에는 전ㆍ현직 국회의원, 장ㆍ차관, 법조계 고위인사 등이 즐비하다. 현역 국회의원으론 문희상 황우여 박상은 신학용 신기남 주승용 장병완 의원 등이 있다. 김용철 전 대법원장, 이종원ㆍ김태정 전 법무장관, 홍재형 전 국회부의장, 이해구 전 내무부장관, 윤영관 전 외교부장관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 박근혜 정부에는 김기춘 청와대비서실장을 위시해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등이 포진해 있다. 그 잘 나가던 해군OCS 인맥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세월호 관련 해운비리와 수상한 현금다발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박상은 의원은 해군OCS 장교중앙회회장까지 지냈다. 논란에 휩싸인 문창극 총리 후보자도 해군OCS 출신. 김기춘 실장은 일련의 인사실패 책임론의 정점에 있다. 해군OCS의 빛나는 전통과 자부심에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당사자들이 현명하게 출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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