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카드를 꺼냈지만 문 후보자가 버티기에 들어감으로써 국정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문 후보자가 박 대통령의 지명 철회 의사를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자진사퇴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상황이 더욱 꼬이고 있다.
문 후보자는 19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으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여권 쪽의 사퇴 압박이 거세다’는 질문에 “나는 전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퇴근길에는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안중근 의사와 안창호 선생”이라면서 ‘친일사관’ 논란의 불식을 시도했다.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21일 귀국 이후 국회에 제출할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의 재가를 검토할 것이라는 청와대 발표를 확대해석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문 후보자는 대통령 귀국 이후 직접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서 “대통령이 임명동의안 재가를 보류한 의미를 문 후보자가 판단하지 못하고 있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지명철회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안해 문 후보자를 압박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임명동의안 재가 보류와 관련해 문 후보자에게 어떤 입장도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로써 총리 인선을 둘러싼 국정혼란은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주말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문 후보자가 스스로 거취를 정리하지 못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문 후보자를 설득해 스스로 지명철회를 요청하고 대통령이 수용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는 등의 해법이 나오고 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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