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월세 수익은 커녕 세입자 못 구해 텅 빈 채로... 공급 넘쳐나 가격 폭락 위험
중견기업의 부장 박모씨는 작년 초에 서울 강남역 인근의 34㎡(전용면적) 오피스텔을 2억원에 분양 받았다. 그가 투자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월 100만원 이상 수익 보장’이라는 광고 문구. 그런데 현실은 너무 달랐다.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15만원에 들어온 첫 세입자는 석 달 만에 이사를 갔고, 이후 넉 달째 공실 상태다. 최근에는 월세를 90만원까지 낮췄는데도 문의조차 없는 실정. 박씨는 “강남구에만 올해 새 오피스텔 입주가 4,000실이 넘어 벌써 구형 오피스텔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만 하면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넘겨 한때 ‘로또텔’이라 불리던 오피스텔이 부동산시장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급증하면서 임대수익률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속칭 ‘깡통 오피스텔’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1~2년 간 예정된 공급 물량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오피스텔발(發) 부동산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오피스텔 입주물량은 3만4,132실로 2012년 1만4,163실의 두 배를 훌쩍 넘겼다. 올해는 예정물량이 4만5,332실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3만실이 하반기에 몰려 있다.
오피스텔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2007년 이후 부동산 침체로 매매 거래가 뜸해지자 정기적인 임대수입을 보장하는 수익형부동산 상품에 자금이 몰린 것. 건설사들은 앞다퉈 수익형부동산의 대표격인 오피스텔 건설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1~2인 가구가 늘면서 정부가 오피스텔 등 소형주택 건설을 장려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한 것도 원인이 됐다. 반면 소형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이 크게 늘어나 중간에 낀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는 더욱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기성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이런 추세로 공급이 늘어나면 오피스텔 가격 급락과 공동화, 시행사 부도에 따른 금융 대란 등의 부작용이 차례로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FR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의 공실률은 작년 말 7.7%에서 지난달 말 8.8%까지 올랐고, 같은 기간 강동구의 공실률은 4.8%에서 9.2% 뛰었다. 또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분양을 시작한 총 596개 단지 가운데 아직도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단지는 34%(203개 단지)에 달했다.
공급 과잉이 현실로 나타나자 ‘연 11% 확정 수익률 보장’ 등의 사기성 광고들이 더욱 활개를 치는 실정.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년 전부터 오피스텔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점에서 예견된 참사에 가깝다”며 “정부와 업계가 한 목소리로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터라 엄격한 인허가를 통해 공급을 조절하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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