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자작곡·결혼축가 수록
'사랑했으니... 됐어' 출반
독특한 음색·창법 탓
내 노래 늘 어렵단 느낌
이번엔 힘 빼고 불렀어요
라디오 DJ·영화 도전도 꿈
애절한 목소리, 이별 노래, 실력파 가수. 11년간 가수 거미를 따라다닌 수식어다. 그런 그녀가 변화를 택했다. 이별을 슬퍼하기보다 사랑을 갈망하고, 기교에 치우치기보다 대중의 귀에 편한 멜로디를 부른다. 음악이 변한만큼 인생관도 달라졌다. 조바심을 내기보다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걷겠단다. 4년간의 공백기 동안 음악도, 사람도 한층 성숙해졌다. 17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카페에서 미니앨범 ‘사랑했으니.. 됐어’로 대중에게 돌아온 거미를 만났다.
“이제 불타는 연애보다 진지하게 인생을 나누는 사랑을 하고 싶어요.”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꺼낸 말이다. 올해로 서른 셋이 된 거미는 지인의 결혼식도 왠지 눈여겨보게 된다고 했다. “사랑을 하고, 안정을 찾고 싶다”는 그의 말이 이번 앨범의 색깔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사랑했으니.. 됐어’ 앨범은 사랑에 대한 그의 갈망을 담은 앨범이다. 특히 자작곡 ‘놀러가자’는 사랑의 들머리 앞에서 느끼는 설렘을 경쾌한 리듬으로 표현한 노래다. 같은 소속사 가수인 JYJ 박유천이 내레이션과 피처링을 맡아 실제 연인 같은 호흡을 자랑했다. 거미는 “이 곡은 원래 남자 가수에게 주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아 다시 여자 입장에서 쓴 곡”이라며 “여성도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 적극적으로 ‘놀러가자’고 말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자작곡 ‘사랑해주세요’는 결혼축가를 염두에 둔 곡이다. 거미는 “결혼축가 섭외가 많이 들어오는데, 그 동안 이별노래를 주로 부르다 보니 정작 내 노래로 축가를 부를 수 없었다”며 “그래서 처음에는 슬픈 내용으로 썼던 ‘사랑해주세요’의 가사를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는 내용으로 다시 썼다”고 말했다.
이별 대신 사랑을 노래한 그는 전달방식에서도 장기인 리듬앤블루스(R&B) 대신 발라드를 택했다. 앨범에 담긴 6곡 모두 힘을 빼고 차분히 가사의 의미를 전달한다. 그는 “그 동안 냈던 곡들이 따지고 보면 쉬운 멜로디와 가사로 이뤄져 있는데도 대중은 ‘거미의 음악은 어렵다’고 말하곤 한다”며 “독특한 음색과 창법 때문인 것 같은데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이 내 음악을 쉽고 편하게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악만큼 마음가짐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데뷔 때는 ‘성공해야지’, ‘노래 잘한다는 소리 들어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거미는 “혼자 안달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이제는 내 일상 속 감정을 대중과 공유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게 됐다”고 말했다.
마음의 부담을 줄이자 다른 분야도 눈에 들어왔다. 거미는 “그 동안 외모콤플렉스에 시달린 탓에 연기 도전은 생각조차 못해봤지만, 이제는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다”며 “라디오 DJ 등 가수가 아닌 다른 모습의 거미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뿌리는 역시 가수다. 거미는 최근 가요계를 바라보며 느낀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가요시장이 너무 작아졌다”며 “음원을 내도 단 며칠 동안 차트에 있다 사라지고, 공연을 찾는 관객도 줄어 가수들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거미는 다음달 코엑스에서 단독 콘서트를 할 계획이다. 그는 “대중이 공연장을 찾게 하려면 어쨌든 많은 공연을 제공해야 한다”며 “당장 경제적으로 수입이 나지 않더라도 가수는 꾸준히 무대에 올라야 한다”고 공연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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