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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지는 순간

입력
2014.06.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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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사람은 죽을 때 가장 솔직해지는 것 같다. 살아 있을 때 자기 몸을 감싸고 지배했던 욕망을 다 내려놓게 된다. 죽음에 이르러 진실 앞에서 발가벗으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씻기는 의식일 것이다. 유서와 유언의 권위는 바로 이러한 전면적인 자기고백의 진실성에서 오는 것일 터이다. 망자가 남긴 유서에서 우리가 감동을 느끼는 것은 그 진실성에 설득 당했기 때문일 테고. 구추백이란 사람은 진독수, 이립삼 등과 더불어 초기 중국 공산당 운동을 이끌었던 이론가다. 한때는 최고위직인 총서기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공산당 운동을 하던 중 국민당 정부에 체포되어 총살형을 선고받게 되는데, 형 집행 직전 쓴 유서가 있다. “자, 이제 어설픈 연기는 결말에 이르렀다. 무대는 텅 비어 버렸다. 이제 떠나기 싫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가 택할 수 있는 길은 길고 긴 휴식이다. 내 몸이 어떻게 처리되든지 더 이상 알 바 없다. 안녕, 안녕,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과의 영원한 이별이여! 고리키의 ‘클림 삼긴의 생애’, 투르게네프의 ‘루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루쉰의 ‘아Q정전’, 마오둔의 ‘동요’, 차오쉐친의 ‘홍루몽’. 이 책들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중국 두부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생애의 마지막 순간에 그가 그리워했던 중국 두부와 그가 읽은 책들의 감동에 대한 고백. 이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휴머니티의 절정일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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