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경기에서 7실점 굴욕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는 스페인의 이케르 카시야스(33ㆍ레알 마드리드)가 고개를 숙였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2경기에서 무려 7점을 내주는 굴욕을 맛보고 허탈한 표정만 지었다. 4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당시 433분 무실점으로 스페인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이번 대회에서는 평생 잊지 못할 끔찍한 경험을 했다.
카시야스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대회 조별리그 B조 2차전에 주전 골키퍼 장갑을 끼고 나왔다. 앞선 네덜란드와의 1차전에서 5골이나 헌납하며 자존심을 구겼기에 이번 경기만큼은 명예회복을 다짐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스페인은 0-2로 패해 일찌감치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했다.
스페인 선수로 월드컵 본선 최다 출전 기록(17회)을 세운 카시야스의 기록은 팀 패배 속에 빛이 바랬다. 이미 무실점 기록 행진은 477분에서 멈춰 윌터 젱가(이탈리아)가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 세운 부문 기록(517분)을 갈아치우는데 실패했다. 카시야스가 노릴 만한 대기록은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뿐이다. 부문 최다 기록은 10경기(잉글랜드 피터 실튼ㆍ프랑스 파비앙 바르테스)이며, 카시야스는 7경기로 뒤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4년 뒤면 그의 나이는 37세로 기록 경신을 장담할 수 없다.
이번 대회를 통해 카시야스는 ‘지는 별’이 됐다. 지난 2년간 A매치 25경기에서 내준 실점은 불과 7골에 그쳤지만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2경기 만에 7실점을 했다. 지난 세 차례 월드컵 15경기에서는 10골 밖에 내주지 않았다. 모든 화려한 기록들은 이제 과거 얘기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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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야스는 이날 칠레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패배였다”며 “국민들의 용서를 구한다”고 침통해했다. 이어 “우리는 책임감을 느끼는 동시에 심한 고통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칠레전이 국가대표로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으냐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부분에 대해선 정말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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