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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스페인, 디펜딩 챔피언들의 흙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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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스페인, 디펜딩 챔피언들의 흙역사

입력
2014.06.1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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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스페인, 디펜딩 챔피언들의 흙역사

브라질 월드컵 최대 이변이다. ‘무적 함대’ 스페인이 무너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스페인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칠레(14위)와의 B조 2차전에서 0-2로 졌다.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1-5 대패한 스페인은 칠레에도 발목이 잡히면서 2연패를 당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우승팀인 스페인은 오는 23일 오전 1시 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결과에 관계없이 16강 탈락이 확정됐다.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우리는 탈락할 만했다. 골 앞에서는 운이 없었다.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지만 뒤지고 있을 때는 열심히 뛰는 것 이상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디펜딩 챔피언 역대 5번째 1라운드 탈락

월드컵은 이번에도 대회 2연패를 허락하지 않았다. 1962년 브라질을 끝으로 52년째 대회 2회 연속 우승팀은 나오지 않게 됐다. 1930년 시작한 월드컵에서 2010년까지 19차례 대회를 치르는 동안 2회 연속 정상을 밟은 것은 이탈리아(1934ㆍ1938년)와 브라질(1958ㆍ1962년) 두 나라뿐이다.

타이틀 방어에 나선 국가들은 망신을 당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 때문에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다른 나라들의 집중 견제 등으로 고전했다.

직전 대회 우승팀이 1라운드조차 통과하지 못한 것은 스페인이 다섯 번째다. 1950년 브라질 대회에서 이탈리아,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브라질, 2002년 한일 대회에서 프랑스, 2010년 이탈리아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스페인이 프랑스, 이탈리아가 걸은 길을 따라갔다.

막 내린 티키타카

2011년 9월부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스페인의 전성기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스페인이 이끌어 온 ‘티키타카’의 시대도 저물었다. 탁구공이 왔다갔다하는 뜻의 ‘티키타카’는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을 빗댄 말이다.

2007년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던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은 체격의 열세를 극복하려고 ‘티키타카’를 스페인에 도입해 세계 정상급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티키타카’는 스페인 축구를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극도로 끌어올려 상대에게 공격할 틈을 주지 않았다.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등 ‘티키타카의 지휘자’들은 세계 축구의 중심에서 맹활약했다. 그러나 이 선수들이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힘과 체력을 앞세운 압박에 ‘티키타카’는 고전했다.

충격에 휩싸인 스페인

스페인은 남아공 월드컵 앞뒤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2연패(2008·2012년)를 이뤘다. 이번 월드컵에서 메이저대회 4연패에 도전했지만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스페인 언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스페인 스포츠 전문지인 문도 데포르티보는 “스페인이 칠레에 지면서 소리 소문 없이 월드컵과 작별을 고했다. 대표팀 미래에도 의문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월드컵에서 스페인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을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냉정히 평가했다. 또 다른 스페인 스포츠신문 아스도 “6년간 스페인 축구는 아름다웠지만 끝은 끔찍했다”고 전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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