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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눈치에... 신용 잃은 신용평가사

입력
2014.06.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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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한국 등 국내 3사

33개 기업에 "평균 2등급"

국제 3사 평가와 5등급 차

기업은 자본조달 비용 줄이고

평가사는 수수료 챙기고

'누이·매부 좋은' 구조가 문제

국내 신용평가 3사로부터 모두 최고의 신용등급(AAA)을 받고 있는 포스코. 하지만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 받은 등급은 초라하다. 무디스(Baa2)와 피치(BBB)는 9번째 등급이고 S&P(BBB+) 역시 8번째에 불과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인플레’가 극심하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 검사 결과에서도 신용평가사들이 기업들로부터 청탁을 받고 사전에 등급을 조정한 정황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19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 중 국내외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모두 신용평가를 받은 33개 기업의 지난달 신용등급을 조사한 결과 국내 3사(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에서 매긴 평균등급은 2등급(AA+)인 반면 국제 3사(무디스, S&P, 피치)의 평균등급은 7등급(A-)으로 무려 5등급이나 차이가 났다.

GS칼텍스의 경우 국내사로부터는 모두 2등급(AA+)을 받았지만 국제사들로부터는 10번째 등급을 받았다. 현대자동차, LG전자, 에쓰오일, 롯데쇼핑, SK하이닉스 등도 국내에서는 5등급 이상의 높은 등급을 받았지만 해외에서는 8~10등급을 받는 데 그쳤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의 평가기준이 다를 수 있다”며 “예컨대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A로 매기지만,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AA+로 평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평가사들은 모(母)그룹의 지원이 가능한지 여부 등 한국 대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평가하기 때문에 좀더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발행기업이 신용평가사를 선택하도록 하는 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보통 기업은 자금조달을 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기 전 외부기관으로부터 신용평가를 받는다. 신용등급이 낮으면 기업은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해야 되기 때문에 자본조달 비용이 늘어난다. 이런 상황 때문에 기업들은 신용등급을 높게 주는 신용평가사를 선호한다. 기업이 제공하는 수수료로 수익을 버는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는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신용평가회사보다 낮게 등급을 주는 회사와 어느 기업이 계약을 맺으려 하겠나”라며 “발행기업 눈치를 보다 보니 등급 인플레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회사채 발행기업 중 투자적격등급(BBB) 이상을 받은 기업비중은 90%를 넘었다.

최근 금감원 조사결과에서도 신용평가사들이 신용평가 업무를 따려고 기업들에 높은 등급을 제안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돼 당국이 해당 신용평가사와 직원에 중징계를 통보했다. 일부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앞둔 기업의 신용등급 조정을 발행 이후로 일부러 늦춰준 정황도 포착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등급만 믿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피해가 나올 수 있어 등급 감시시스템 강화 등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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