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개막전 주심을 맡았던 일본의 니시무라 유이치 심판이 두 번째 시합에 주심이 아닌 대기심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개막전 오심에 대한 '좌천'이라는 주장이 네티즌을 중심으로 논란이다. 니시무라 심판의 대기심 배정은 과연 좌천일까.
아시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개막전 주심을 맡았던 니시무라 심판이 20일(한국시간) 온두라스-에콰도르전에 대기심에 배정됐다. 경기 주심은 호주 출신의 벤저민 윌리엄스가 배정받았다.
이를 두고 '좌천'이라는 표현이 돌았다. 그 이유로는 브라질-크로아티아 전 페널티 킥 오심 논란과 이로 인한 크로아티아 서포터들의 위협 등을 이유로 꼽았다. ▶'개막전 오심 논란' 日 니시무라, 대기심 좌천
하지만 첫 경기에서 주심을 맡았던 이가 두 번째 경기에서 대기심으로 배정됐다는 것만으로 '좌천'이라고 보는 것은 과한 해석이다. 심판의 배정 지역간 이동거리, 배정 빈도 등을 고려해 주심 요원이 대기심으로, 대기 요원이 주심으로 배정되는 경우는 많다.
2006 독일월드컵 주심 후보였던 권종철 아시아축구연맹(AFC) 심판 강사 역시 니시무라 심판의 대기심 배정에 대해 "좌천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호주의 벤저민 윌리엄스 심판 역시 주심 요원이었고, 지금까지 배정이 없었다"면서 "주심과 대기심 자리는 언제든 교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대기심은 주심에게 건강이상 등 돌발 상황이 발생됐을 시 곧바로 주심으로 투입될 수 있다. 때문에 대기심은 반드시 주심 요원으로 배정한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부터 도입된 '5심제'에 따라 주심, 부심, 대기심 외에 예비 부심 요원은 별도로 경기당 1명씩 반드시 배정된다.
월드컵 심판 배정의 원칙을 더 짚어 보자면, 19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는 경기를 펼치는 두 나라가 포함되지 않은 대륙의 심판을 배정해 왔다. 예를 들어 유럽 국가와 아시아 국가가 맞붙을 경우, 두 대륙 출신 심판은 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원칙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부터 완화됐다. 경기를 펼치는 두 국가의 국적만 아니라면 배정 될 수 있도록 정했다.
권종철 강사는 "이 원칙을 지키다 보니 심판 배정의 폭이 좁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조별예선 이후 대부분 유럽이나 남미 국가들이 토너먼트에 진출해 두 대륙의 심판들이 배정되지 못하는 사태가 많아졌다."며 완화 배경을 밝혔다.
또 한 가지. 월드컵에서는 주심 1명과 부심 2명, 이렇게 총 3명이 팀을 이뤄 경기에 나서는 '트리오 시스템'이 가동된다. 이는 주심과 부심의 호흡을 쌓아 빠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주심을 축으로 되도록 같은 국가의 심판들이 트리오를 이루게 되고, 심판의 자질이나 국가 배분에 따라 같은 언어권, 혹은 문화권 심판들끼리 트리오를 이루기도 한다.
트리오를 이룬 심판들은 20세 이하 월드컵, 17세 이하 월드컵, 클럽월드컵 등 FIFA가 주관하는 대회에 꾸준히 배정돼 평가를 받아 월드컵 심판진으로 발탁된다.
선수에게 월드컵 출전이 대단한 영광이듯, 심판들에게도 꼭 밟아보고 싶은 무대로 꼽힌다. 때문에 실력은 물론 운도 따라줘야 하며, 때로는 정치력까지도 더해져야 밟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월드컵 무대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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