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러분의 공공재는 안녕하십니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러분의 공공재는 안녕하십니까

입력
2014.06.19 13:35
0 0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계속되는 정전에 대해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인디플러그 제공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계속되는 정전에 대해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인디플러그 제공
민영화 이후 아르헨티나의 전철은 낙서와 쓰레기로 뒤덮여 지저분하고 위험해졌다. 인디플러그 제공
민영화 이후 아르헨티나의 전철은 낙서와 쓰레기로 뒤덮여 지저분하고 위험해졌다. 인디플러그 제공

공기업 민영화 불편한 진실

6개국 사례로 파헤쳐

가수 정태춘이 내레이션

수도와 전기 요금을 누구에게 내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KTX가 민영화하면 당장 거리로 나와 시위할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한 달에 1만원 내던 수도 요금이 갑자기 3만원으로 오르거나 며칠간 전기가 끊기는 일이 일어나기 전까진, 기차 요금은 오르는 데 연착과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진 애써 신경 쓰는 이가 많진 않을 것이다. 공공재란 공기 같은 것이어서 매 순간 의식하며 살 순 없으니까.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딜’이 ‘여러분의 공공재는 어떻습니까?’라고 묻는 건 그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프랑스를 방문해 공공 부문을 외국에 개방할 것이라는 취지로 연설한 이래 인천공항철도와 수서발 KTX의 민영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태백시는 상수도를 민간에 위탁할 예정이다. 민영화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앞에 닥친 엄연한 현실이다. 찬성하건 반대하건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가수 정태춘이 내레이션을 하는 ‘블랙딜’은 민영화의 성공 사례로 흔히 일컫는 독일과 일본을 비롯해 민영화의 폐해가 극에 달한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 6개국을 찾아 공공재 민영화의 현실을 짚는다. 독재자 피노체트가 연금과 교육을 민간에 넘긴 칠레 국민은 비싼 교육비와 쥐꼬리만한 연금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지하철은 낙서와 쓰레기로 가득한데 러시아워엔 콩나물시루 같은 상황에서도 문을 닫지 않고 운행할 정도로 위험하다. 사고가 잦은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같은 대도시에서 닷새 째 전기가 끊겨도 전기 공급 회사는 아무런 대응이 없다. 독일의 도이체반은 민영화 후 흑자로 전환했지만 서비스의 질은 확연히 떨어졌고 사고도 잦아졌다. 일본의 국철도 민영화 후 대규모 해고와 수익성 저하 노선 폐쇄, 요금 인상, 사고율 증가 등의 문제를 겪었다.

시사 다큐멘터리 전문 연출가인 이훈규 감독은 공공재 민영화를 방치하다간 영국 국민처럼, 아르헨티나 국민처럼 피해를 입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경제 논리나 법 제도, 정부의 민영화 추진에 대한 국민의 대안 등 어렵고 복잡한 내용은 빼고 민영화 피해자들의 삶을 비추며 공포스런 미래를 이해하기 쉽게 예고한다. 정부 관료, 정치인, 물 기업의 전 사장, 시민단체 활동가, 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인터뷰가 민영화의 현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시사 다큐멘터리로서 ‘블랙딜’은 손쉽게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다. 공공재 민영화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관객이 가늠하고 반대표를 던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감독의 어조는 강하다기보다 잔잔하다고 할 수 있다. 공공재 민영화라는 주제를 향해 올라가거나 깊숙이 들어가기보다는 주위를 빙빙 맴도는 느낌이다. 나라별 사안을 성실하게 하나씩 나열하는 형식 때문일 것이다. TV 다큐멘터리 같은 인상이 들기도 한다. 공공재를 놓고 정부나 정치인과 민간기업이 주고받는 검은 거래를 뜻하는 제목이 영화와 좀 더 밀착했다면 어땠을까. 7월 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