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 완승으로 긴장이 풀어졌을까. 아니면 '무적함대'가 생각보다 훨씬 낡아 있었던 걸까.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초반을 강렬한 이변으로 장식한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두 번째 경기에서 정반대의 실력을 보이자, 전 세계 축구팬의 뇌리에 새겨진 느낌표(!)도 물음표(?)로 살짝 구부러졌다.
네덜란드는 19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호주를 3-2로 꺾었다.
조별리그에서 먼저 2승에 선착함으로써 사실상 16강 진출을 눈앞에 뒀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목표는 이뤘지만 1차전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경기력을 떠올린다면 실망스러운 내용으로 가득 찬 90분이었다.
앞서 네덜란드는 지난 대회 우승국인 스페인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5-1로 승리하며 세계 축구의 판도 변화를 웅변했고, 단숨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까지 떠올랐다.
이날 시차와 상관없이 TV 앞으로 모여든 축구팬들은 스페인보다 약한 전력의 호주를 상대로 한 번 더 오렌지 군단의 거침없는 공격을 감상할 것을 기대했다.
아리언 로번(바이에른 뮌헨)이 전반 20분에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뽐내며 골을 터뜨릴 때만 하더라도 이 기대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 전까지 네덜란드와 세 번 맞붙어 한 번도 패하지 않은 호주는 이후 오히려 상대를 압도했다.
불과 1분 만에 센터서클 부근에서 넘어온 공을 호주의 간판 공격수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이 왼발 논스톱 발리슛으로 연결, 로번보다 더 인상적인 골을 만들어냈다.
이후 네덜란드는 명성과 달리 고전하면서 호주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고, 후반 23분 예상치 못한 멤피스 데파이(에인트호번)의 중거리 골이 터지면서 비로소 승리에 입맞춤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로서는 한 수 아래라고 여긴 상대와 골 공방전을 벌인 것을 차치하더라도 경기 내용까지 좋지 못했다.
수비수들끼리 패스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호주의 공격수에게 공을 빼앗겨 결정적인 역습 찬스를 내준 장면만 여러 차례 나왔다.
이 밖에도 케이힐이 첫 골을 터뜨리던 순간 텅 비어 있던 왼쪽 페널티지역에서 보이듯, 네덜란드의 수비진은 너무 자주 호주에 넓은 공간을 허용했다.
속도감 넘치는 공격을 통해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무너뜨린 1차전의 강점은 사라지고, 대승 속에 숨어 보이지 않던 허점은 크게 드러나고 만 경기였다.
게다가 네덜란드는 이날 거친 경기 속에 핵심 수비 요원인 브루누 마르팅스 인디(페예노르트)가 부상으로 실려 나가는 악재까지 겪었다.
브라질 하늘에 거침없이 불어닥칠 것처럼 보이던 '오렌지 폭풍'이 과연 그 힘을 마지막까지 이어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버릴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긴 경기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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