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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文 스스로 결단 내려 줬으면..." 우회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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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文 스스로 결단 내려 줬으면..." 우회적 압박

입력
2014.06.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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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마르칸트=연합뉴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마르칸트=연합뉴스

청와대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거취와 관련해 진퇴양난에 빠져들고 있다. 중앙아시아를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국회에 제출할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 재가를 보류해 사실상 문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지만, 문 후보자가 계속 버티기에 나서 청와대 내부가 극도의 당혹감에 휩싸인 기류가 역력하다.

박 대통령이 이날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재가를 21일 귀국 이후에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문 후보자 파문’의 출구를 모색하는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 박 대통령이 재가를 미룬 데 대해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전날 “일정이 바빠서”라고 한데 이어, 이날 “순방 일정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며 군색한 해명을 내놨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다.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절차를 대통령 일정 때문에 늦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날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이 잡혔던 것과 달리, 이날 박 대통령 일정은 사마르칸트 시찰 후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하는 정도였다.

이는 결국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의 인준 과정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의미다. 외견상 문 후보자의 거취를 두고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세지는 만큼 당과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판단을 하겠다는 모양새지만, 속내는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기 위한 포석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박 대통령이 재가를 미룬 것도 모자라 귀국 후 재가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도 방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검토’언급은 상황에 따라 재가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현 분위기상 문 후보자에 대한 사퇴 여론을 반전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명시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것이란 해석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여론을 주도하기 보다는, 여론에 귀 기울여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통령께서도 국내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문 후보자가 이 같은 청와대의 의중을 수용하지 않을 태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먼저 지명 철회 카드를 꺼낼 경우, 잇단 총리 인선 실패에 대한 책임이 고스란히 대통령에게 돌아올 수 있다. 더군다나 문 후보자가 지명 철회에 반발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문 후보자가 여러 상황을 보면서 조만간 스스로 결론을 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하더라도 청와대로선 또 다른 난관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양상이다. 문 후보자 사퇴에 따른 검증 실패 책임론으로 김기춘 비서실장 등 참모진들이 또 다시 인적 교체론에 휘말려들 소지가 다분하고, 후임 총리 인선도 더욱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인사청문회 때문에 상당수 인사들이 고사해 어려웠는데, 문 후보자가 또다시 낙마한다며 적임자를 찾을 수 있을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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