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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 1인 제조자 시대 연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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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 1인 제조자 시대 연 주역

입력
2014.06.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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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구세주"기대 한몸에

프로그램만 있으면 립스틱ㆍ인공혈관ㆍ음식까지 제조

650~1500달러 가정용 보급... 年 25%넘는 성장세

2021년 11조원 시장 각국 정부ㆍ기업 기술확보 경쟁

생산속도 높이고 권총ㆍ약물 등 제조에 악용 차단 숙제도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창업컨퍼런스에서 누구나 쉽게 색조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3D프린터 ‘밍크’가 화제였다. 한국계 미국인 그레이스 최가 선보인 이 제품은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원하는 색상을 찾으면 밍크의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립스틱, 아이섀도우 등을 만들어 준다. 그레이스 최는 “밍크를 이용하면 소비자가 바라는 색상의 화장품을 쉽게 직접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밍크는 올해 안에 200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전 세계가 ‘제조업의 구세주’로 찬사를 보내는 3D프린터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3D 프린터란 종이에 글자나 그림을 입력하는 것을 넘어서서 입체 형상의 물건을 직접 만들어 낸다. 모양만 입체가 아니라 작동까지 한다.

뉴스AS ☞ 3D프린터 '밍크' 설명회 영상

전세계 산업에 부는 3D 프린터 바람

원리는 간단하다. 3차원 설계도를 3D프린터에 보내 플라스틱, 금속, 세라믹, 세포 등 갖가지 소재를 층층이 쌓아서 제품을 만든다. 레고 블록으로 건물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3D프린터를 처음 만든 주인공은 1984년 찰스 헐이다. 그는 액체상태에서 빛을 받으면 굳어지는 성질을 지닌 플라스틱으로 제품의 단면을 인쇄해 쌓는 광조형법 기술로 특허를 출원했고, 최초의 3D프린터 회사 ‘3D시스템즈’를 세웠다. 이후 금속 분말에 레이저를 쏘거나, 플라스틱을 녹여 단면을 인쇄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과거 플라스틱이나 금속 성분이 많이 쓰였지만 최근 소재들이 다양해지면서 연골 세포가 들어 있는 인공 귀, 인공 혈관, 심지어 음식까지 3D 프린터로 만들어 낸다.

특히 최근 제품들은 기존 제품이 지녔던 내구성, 완성도, 품질 등의 약점들을 기술과 소재 개발로 극복했다. 여기에 가격도 1만5,000~10만 달러에서 650~1,500달러까지 떨어졌다. 그 바람에 기업들 뿐 아니라 개인과 가정에서도 많이 사용하면서 ‘개인 맞춤형 시대’ ‘1인 제조자 시대’ 등 제조업의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은정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가정용 3D프린터의 보급이 늘면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원하는 디자인 파일을 보내고 생산자는 제품을 만들어 제공한다”며 “대기업은 디자인 파일만 있으면 재빨리 제품을 만들 수 있으니 재고 관리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중소기업은 특정 제품을 소량으로 만들어 시장 입지를 넓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는 3D프린팅을 7대 핵심요소 중 하나로 꼽았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해 초 국정연설에서 3D프린팅을 ‘제3의 산업혁명’이라 칭했다. 그는 “거의 모든 제품의 제작 방식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며 이를 통해 미 제조업을 되살리겠다”고 공언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00년 전 포드가 자동차 대량 생산을 시작한 것과 맞먹는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3D프린팅을 활용하면 제품 디자인을 쉽게 바꿀 수 있어 디자인 시간을 4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신제품 출시 기간, 부품 제조 인건비, 조립비, 물류비 등도 줄일 수 있다. 이탈리아 스포츠카업체 람보르기니는 신차 ‘아벤타도르’ 개발때 3D 프린터를 이용해 보통 넉 달의 걸리는 개발 기간을 20일로 줄이고 비용도 4만달러에서 3,000달러까지 낮췄다.

특히 3D 프린터는 의족, 보청기, 임플란트 등 일 대 일 맞춤 생산이 필요한 제품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 기존 절삭공정으로 쉽게 만들 수 없는 복잡한 구조의 금형 틀 부품, 완성품을 만들 수 있어 소재의 낭비를 줄이고 복잡한 구조를 구현하면서 기능까지 개선할 수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은 3D프린팅을 공정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보잉은 민간 항공기용 부품과 전투기 F-18 부품을 3D프린터로 만든다. 포드, 페라리 등 자동차업체들도 3D프린터를 활용해 특수차량의 복잡한 패널 부품을 생산한 결과 기존 대비 30~40% 비용을 줄였다.

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는 3D시스템즈와 함께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조립형 스마트폰을 50달러에 만들어주는 ‘아라(Ar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마존도 3D프린터 전문 판매 코너를 열었고, 애플은 액체 금속을 이용한 3D프린팅 기술 5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앞다퉈 3D 프린팅을 도입하면서 시장조사기관 홀러스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세계 3D프린팅 시장은 2012년 전년 대비 28.6% 증가한 22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상용화가 시작된 1987년부터 연 평균 25.4%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 2021년에는 108억 달러(약 11조원)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3D 프린팅이 넘어야 할 한계가 있다. 3D프린터를 쓰면 제품을 만드는 단계마다 프린팅이 필요해 개 당 생산 속도가 기존 자동화 생산 기계보다 느리다. 또 100개를 만들면 단위 당 재료 투입량도 1개 때보다 100배 이상 들어 대량 생산시 경제성이 떨어진다.

소재의 문제도 있다. 플라스틱, 종이, 목재와 일부 금속 분말만 소재로 사용해 강철, 세라믹 등과 비교하면 제품의 내구성이 부족하다. 초콜릿, 밀가루, 버터 등 식품소재나 활성세포, 조직 등 생체소재, 맞춤약 제조를 위한 화합물 등 인체와 관련 있는 소재에 대한 안정성을 높여야 하는 문제도 걸려 있다.

지적재산권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서기만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기존 제품의 구조를 설계도로 옮겨 3D 프린트를 해보면 완제품의 외부 디자인과 부품의 구조와 기능을 복사할 수 있다”며 “세부 디자인 복제가 가능해져 지적재산권 침해가 쉬워지고 디자인을 불법 유통시키면 분쟁도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에서는 3D프린터로 사람을 해칠 수 있는 플라스틱 권총이 제작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일었다. 개인별 맞춤 약물도 3D프린팅이 가능해지면 불법 약물 제조 문제가 불거졌다.

세계 각국 정부도 3D 프린팅 육성

각국 정부도 3D 프린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지원책을 속속 마련 중이다. 미국은 ‘첨단제조파트너십(AMP)’에서 3D프린팅 기술을 미국 제조업을 되살릴 10대 핵심 제조 기술로 선정해 1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또 3D 프린팅 연구기관 국립첨삭가공혁신연구소(NAMI)도 세웠다. 여기에 소기업이나 개인이 클라우드 펀딩사이트에 제품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투자를 받아 3D프린팅으로 제작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정부도 2012년 4월 이 사이트에서 100만 달러까지 투자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발전연구계획’, ‘2014년 국가과학기술 프로젝트 지침’에서 3D프린팅 기술 개발에 4,000만 위안(약 65억원)을 투자하고, 베이징에 3D프린터 기술 국제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3D프린터 기술산업 연맹’을 세웠다. 일본은 지난해 5월 ‘초정밀 입체조형 시스템 기술 개발’이라는 산학연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독일은 바이오 프린팅 분야에서 독자 기술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4월 국가 차원의 ‘3D 프린팅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범 정부 차원의 ‘3D프린팅 산업 발전 협의회’를 꾸렸다.

그러나 국내에서 3D 프린팅이 대중화되려면 관련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제품화 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과천과학관을 비롯해 전국 7곳에 3D프린터, 커터기 등 장비를 갖추고 일반인 누구나 와서 이를 이용할 수 있는‘무한상상실’을 운영하고 있다. 과천과학관 관계자는 그러나 “일반인 대부분은 3D모델링 소프트웨어(SW)로 미리 디지털 설계를 만들어 가져와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모르고 있다”며 “아이디어를 설계로 옮기는 SW 교육이 보편화되지 못하다 보니 건축, 디자인 전공 대학생과 연구원들 정도만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3D제조업체 오픈크리에이티즈의 강민혁대표는 “정부가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도 얼마나 빨리 창업을 하고 매출이 얼마인지를 가지고 평가하다 보니 업계 모두 긴 호흡으로 소재와 기술을 개발하기 쉽지 않다”며 “메이커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고 모여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도록 디지털제조 설비들을 충분히 갖춰진 공간과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3D프린팅 소재가 다양해지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피부, 인공장기, 맞춤형 약물, 과일, 초콜릿 등 3D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은 다양해 지고 있다. 게다가 가정용 3D프린터 출시가 늘면서 자신이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의 제품을 빠르게 쉽고 만들 수 있는 대중화의 길이 열리면서 제조업 패러다임의 변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박상준기자, 과천과학관 제공
3D프린팅 소재가 다양해지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피부, 인공장기, 맞춤형 약물, 과일, 초콜릿 등 3D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은 다양해 지고 있다. 게다가 가정용 3D프린터 출시가 늘면서 자신이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의 제품을 빠르게 쉽고 만들 수 있는 대중화의 길이 열리면서 제조업 패러다임의 변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박상준기자, 과천과학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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