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첫 확인
그동안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알려진 공항 보안검색용 탐지기와 알몸 투시용 전신 스캐너가 실제로는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
카이스트(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김필한 교수와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영욱 책임연구원 공동연구진은 18일 ‘꿈의 전자파’로 불리며 공항 보안검색기에 쓰이는 비슷한 강도의 테라헤르츠파를 실험용 쥐에 30분간 쏘였더니 6시간 뒤 피부조직에 염증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테라헤르츠파의 생체 부작용이 발견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테라헤르츠파는 1초에 1조 번 진동하는 전자파로, 엑스선을 비롯한 기존 전자파보다 파장이 길고 에너지가 낮아서 동물이나 사람에게 쏘여도 생체분자들의 화학결합을 파괴하지 않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해 검색기를 만들면 금속뿐 아니라 플라스틱까지 구별해낼 수 있고, 알몸 투시도 가능하다.
그래서 미국, 영국, 캐나다는 보안검색과 군용탐지 분야에서 테라헤르츠파 기술을 적극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뉴욕 JFK 공항과 보스톤 로건 공항등 미국 내 대형 공항에는 엑스선 대신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하는 보안검색기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한 의료진단 및 무선통신용 기기도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휴대폰이나 인터넷에는 보통 초당 10억 번 진동하는 기가헤르츠파가 쓰인다. 통신 속도와 데이터 용량은 주파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테라헤르츠파 무선통신이 가능해지면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테라헤르츠파의 활용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이 필요하게 됐다.인체 손상 없이 피부상피암 등의 질병을 효과적으로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테라헤르츠파의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바이오센서처럼 민감도가 높은 기기에 활용하려면 출력을 통신용보다도 더 높여야 하는 점도 문제다. 김필한 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이미 상용화가 시작됐는데 인체에 무해하다고 알려져 있어 안전 기준이 아직 없다”며 “이번에 확인된 생체 영향을 산업계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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