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요청서 국회 제출과 관련해 21일 귀국 후 재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순방 중에 경제적, 외교적으로 중요하게 발표할 것이 많고,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지난 10일 문 총리 후보자 지명 후 자질 시비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는 게 벌써 아흐레다. 그 사이 청와대와 총리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을 차일피일 미룬 게 벌써 3번째다. 애초 13일로 예정했다가 재산 병역 등 신상 관련 증빙서류 미비를 들어 16일로 연기하더니 당일에는 “예상보다 서류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며 다시 다음날로 넘겼다. 정작 17일에는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길어져 국회사무처 업무종료 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재가할 시간이 없었다는 이유를 댔다. 문 후보자도 “대통령이 일정에 쫓겨 시간을 낼 수 없었다고 들었다”며 인사청문회에 가서 당당하게 제 의견을 말하고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권이 국회 차원의 인사검증 시작점인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제출을 놓고서 이렇게 연기를 거듭했는지 기억에 없다. 지금 이 나라에 문 총리 후보자 문제만큼 중요한 국정 현안이 있는지를 생각하면 어제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문 총리 후보자 거취 압박설 등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박 대통령 귀국 때까지 회색 지대에서 국회와 여론의 눈치를 살펴 재가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라면 무책임한 정도를 넘어선 것이다.
그간 인사검증 책임이 있는 청와대는 견강부회식 기독교 역사관과 위안부 피해자 발언, 개인행적 등으로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물론 종교계로까지 문 후보자 거취 논란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동안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간접적으로라도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지금의 혼란상을 2주 가까이 끌고 가겠다는 청와대의 판단이 국정운영의 책임 있는 자세인지, 국민과 나라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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