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키즈' 내몰지 않아 "양쪽 배려한 인사" 평가
지난 4월 1일 취임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인사였다. 전임 김중수 총재가 임기 4년 동안 한은 역사상 유례없는 ‘친정체제’를 구축해 놓은 탓에 손을 쓸 수 있는 카드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자니 ‘김중수 지우기’라는 비판 여론이 신경 쓰이고, 그렇다고 손을 대지 않자니 호흡을 맞춰 일할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그와 대척점에 있던 박원식 전 부총재가 옷을 벗고 물러난 데 대해 일부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도 이런 고민을 더 깊게 했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통화정책만큼이나 인사 문제 때문에 고심을 많이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두 달 반만인 18일 ‘이주열의 인사’가 뚜껑을 열었다. 통상 7월말께 있던 인사를 한달 이상 앞당긴 것. 특히 본부 국ㆍ실ㆍ부장, 지역본부장 및 국외사무소장 총 56명 중 절반이 넘는 29명을 바꾸는 대규모 인사였다.
인사 규모는 상당히 컸지만, 내용을 보면 고심의 흔적이 역력히 묻어난다. 이 총재가 내세운 이번 인사의 원칙은 크게 2가지. 능력과 평판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과 여러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순환보직을 통해 정책역량을 강화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김중수 키즈’로 불리는 이들을 일방적으로 한직으로 내몰지 않았고, 일부는 유임시키거나 비교적 괜찮은 보직을 부여했다. 그러면서도 김중수 총재 시절 지방이나 해외 등에 밀려나 있던 몇몇을 다시 불러들였다. “양쪽을 모두 배려한 인사다” “이 정도면 비교적 무난한 인사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는 이날 인사 직후 내놓은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에서 “인사에 대해서 직원 만이 아니라 언론 등 외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고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도 있었다”며 “64년 한은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직원간 불신과 갈등, 그에 따른 논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적었다. 그만큼 이번 인사의 고심이 컸다는 얘기다.
남은 관건은 부총재보 등 간부급 인사다. 5명의 부총재보 중 3명은 내년 봄 임기가 끝난다. 이 총재는 “(부총재보들이) 나가고 안 나가고는 본인이 판단하는 것이다. 좋은 자리가 있으면 임기 전에 나갈 수 있겠지만 임기 전에 나가라고 할 생각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터여서 조기 물갈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일부 간부들이 외부 자리를 찾아 자진해서 물러나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편 이날 인사에서는 전태영 국고증권실장이 첫 여성 실장으로, 또 박이락 금융결제국장과 이금배 재산관리실장 등 고졸 출신 2명이 국ㆍ실장으로 임명됐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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