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 판결에 거부 인사
연준 테이퍼링 등 첩첩산중
아르헨티나가 13년 만에 또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았다. 아르헨티나가 2001년 디폴트 선언 이래 갚지 않은 빚을 상환해야 한다는 미국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아르헨티나 정부가 외환보유고 부족 등을 들어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시장이 곧장 신용등급 격하로 응수하는 등 아르헨티나발 경제위기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깝게는 연초 화폐가치 폭락, 멀게는 2012년 이래 성장률 급락으로 휘청대고 있는 아르헨티나에게 미국 연방대법원의 16일(현지시간) 판결은 결정타였다. 법원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ACM, NML자산운용 등 미국계 헤지펀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재조정 신청을 각하했다. 15억달러(1조5,300억원) 규모의 빚을 에누리 없이 갚아야 한다고 최종 결정한 것이다. 2주 내 채무변제가 이행되지 않으면 아르헨티나 정부의 미국 내 자산이 압류된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17일 담화를 통해 “조정을 거친 채무는 분할상환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환 요구엔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법원 판결을 따르려면 미조정 채무 150억달러를 추가로 갚아야 하는데 이는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화의 절반 이상”이라고도 했다. 아르헨티나 외환보유액은 285억달러로 2006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시장은 아르헨티나의 곤경에 곧바로 반응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7일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CCC-로 두 단계 강등하고 ‘부정적’ 전망을 내려 추가 강등을 시사했다. CCC-는 투자적격 하한인 BBB-보다 9단계 아래로, 현재 S&P 국가신용등급 중 최저다. 법원 판결 당일 아르헨티나 증시는 10.09% 폭락했고 국가부도 위험 지표인 국채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는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데 월 채권매입 규모를 100억달러씩 줄이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기조를 이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테이퍼링은 신흥국에 있어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악재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2월 연준의 테이퍼링 발표 이후 지금까지 통화 가치가 24% 이상 폭락하는 타격을 입었다.
이렇다 보니 아르헨티나 상황이 본격적인 신흥국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국 경기의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유럽 경제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먹구름이 끼는 등 세계경제의 총체적 침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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