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보험으로 12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포착돼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씨의 최측근인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교보생명에 8건의 저축성보험에 가입, 120억원 가량의 보험료를 납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2010년까지 6건을 해약해 납입한 보험료 대부분을 찾아갔다. 현재 남아있는 보험계약은 2건으로 수천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유씨와 그 측근들의 자금흐름을 살펴보고 있다”며 “김씨가 본인 명의로 보험상품에 계약해 유씨의 자금을 관리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김씨가 보험가입 시 불법리베이트를 받는 방식으로 유씨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보험상품을 이용했을 것으로 보고 해당 보험사를 상대로 불법리베이트 제공 여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저축성보험의 경우 10년이 지나면 해지를 해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고 차익에 대해서도 이자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자금 조성에 유리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과 달리 현금 전환이 빠르다는 점도 보험이 비자금 조성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마지막 보험해약일이 2010년이었던 점을 미루어 이 자금이 세월호 사고 이후 유씨의 도피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편 유씨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여신도 김모(58)씨를 구속했다.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최의호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16일 체포된 김씨는 유씨의 도피공작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김 엄마’ 김명숙(59)씨의 윗선으로 제2의 김 엄마로 불리는 인물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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