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8일 6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역사인식을 집중 성토했다. 여당 의원들조차 문 후보자의 민족 비하성 발언을 문제삼아 총리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야당은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더 큰 문제라며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직접 겨냥했다.
첫 질문자로 나선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국민의 70%가 문창극 후보자가 자격이 없다고 한다”며 “청문회는 갈 것도 없다는 것, 총리로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내 대표적 비주류이자 친이계 좌장격인 이 의원은 일본의 식민통치와 6ㆍ25전쟁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문 후보자의 발언을 언급한 뒤 “종교적으로는 용인될 수 있지만, 그럼 독립운동을 한 사람은 왜 (독립운동을) 했냐, 나라를 지키려고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은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김도읍 의원도 “문 후보자의 언행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며 “총리가 된다 해도 국민대통합을 전제로 한 국가개조를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문 후보자 본인이 잘 판단해 주길 바란다”며 문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야당은 이번 인사를 “헌정 사상 최악의 인사”, “제2의 경술국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문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인사 실패의 책임을 물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은 “안대희 후보자에 이어 문 후보자까지 그야말로 인사 참사를 지켜본 국민은 도대체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란 게 있기는 한 건지 한심해하고 있다”며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충심으로 (정 총리가) 김기춘 실장의 해임을 건의하라”고 요청했다. 김현 의원은 “대통령을 보좌하며 친일극우인사를 추천한 청와대 김기춘 인사위원장이 바로 개조대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이날 대정부질문은 이미 사의를 밝힌 국무총리 및 퇴임이 예정된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하다 보니 맥빠진 모습이 역력했다. 일부 의원은 아예 물러날 예정인 총리나 국무위원에게는 질문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고, 총리에게 질의할 내용을 퇴임하지 않는 다른 장관에게 질의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문 후보자 거취와 관련해 “앞으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충분한 질의와 답변을 통해 진의가 규명됐으면 한다”고 원칙론을 고수하다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의 재가를 보류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러 주위 상황에 대해 (문 후보자) 본인이 잘 판단하리라 본다”고 말을 바꿨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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