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리콜왕국 GM, 올해2000만대 돌파 진기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리콜왕국 GM, 올해2000만대 돌파 진기록

입력
2014.06.18 18:31
0 0

"결함"등 금기어만 68개 잘못된 기업 문화도 원인

목숨보다 비용절감 우선 윤리적 결함도 심각한 문제로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제조한 차량의 결함으로 인해 사고사 한 피해자 가족들이 지난달 9일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소재 GM본부 앞에서 고인의 사진을 들고 항의시위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제조한 차량의 결함으로 인해 사고사 한 피해자 가족들이 지난달 9일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소재 GM본부 앞에서 고인의 사진을 들고 항의시위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리콜이 도대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일본 도요타와 세계 자동차업계의 왕좌를 놓고 다투는 GM이 올해 들어 발표한 리콜은 모두 44차례. 리콜 대상 차량은 2년치 이 회사의 전세계 판매 대수 보다 많은 2,000만대를 넘어섰다. 수년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도요타의 리콜 규모(1,600만대)를 한참 넘어서는 세계 자동차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GM은 16일 점화장치 결함 등으로 북미 지역에서 차량 337만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리콜 대상은 2000~2014년 생산된 쉐보레, 임팔라 등 7개 모델. GM이 올해 전세계에서 리콜한 차량 수는 2,004만대에 이른다. 리콜 처리 비용도 상반기에만 20억달러(2조446억원)로 천문학적이다.

미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조사 결과 2000년 이후 GM 차량의 점화장치 결함으로 엔진이 멈추거나 에어백이 펴지지 않아 사망한 사람은 최소 13명에 이른다. 결함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심각한 건 GM이 이 문제를 이미 알고도 숨겨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간부들이 “엔진이 꺼지거나 전자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에어백 작동을 차단해 치명적 사고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10여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뉴욕타임스)는 보도가 나왔다. 문제가 된 점화스위치 교체 비용이 57센트(600원)에 불과한데도 이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NHTSA가 지난달 GM에 점화장치의 치명적인 결함을 알고도 리콜 등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상 최대 규모인 3,500만달러(358억원)의 벌금을 부과했지만 여전히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태다.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가 18일 하원 청문회에까지 불려 나온 이유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GM 리콜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잘못된 기업문화를 꼽고 있다. GM은 사내에서 ‘결함’(defect)이나 ‘문제’(problem) 등 68개 단어를 금기어로 정해 직원들이 쓰지 못하도록 해 왔다. 소비자와 법적인 분쟁이 발생할 때 불리한 증거로 채택될 것에 대비한 조치이지만 결함을 알면서도 뒤늦게 대응한 데는 책임 지지 않으려는 이런 기업 문화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프리드먼 NHTSA 국장 대행도 “GM의 금기어 설정으로 사내 기술 인력들은 (결함을 알고서도)결함 같은 단어가 들어간 보고서를 상부 경영진에 제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GM이 차량 결함을 공개하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회사의 가치 체계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부채로 파산 위기에 몰렸다가 미국 정부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GM이 안전비용을 줄이는 데 익숙해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GM이 2001~2003년 점화스위치에 쓰는 스프링을 정품 대신 가격이 싼 대체품을 쓴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의혹에 대해 GM은 자체조사는 물론이고 미 교통부, 연방의회, 법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도 받고 있다. 경영컨설팅 전문가들은 “승객의 목숨보다 비용절감을 우선하는 업체의 윤리적 결함이 드러나면 리콜로 회사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자만 살아 남는 치열한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생산량과 판매량 늘리는 데만 치중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 구도가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새롭고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만큼 매력적으로 디자인된 승용차를 경쟁사보다 빨리 시장에 내놓으려다 보니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