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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장거리는 대통령 헬기로 단거리는 방탄 안되는 국산차로

입력
2014.06.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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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5일 방한 일정 발표

8월 16일 광화문 시복미사

세월호 유가족 초대 미사도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진보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한국을 국빈 방문할 때 한국의 평신도가 가장 많이 순교한 서소문 성지를 찾기로 했다. 교황은 또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는 등 고통에 처한 이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할 예정이다. 30분 단위로 빡빡하게 일정을 짠 교황은 방한 기간 중 방탄 차량을 타지 않는 파격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로마 교황청 및 한국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가 18일 교황의 방한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교황은 8월 14일 오전 10시30분 전세기 편으로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오후 청와대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다. 교황은 청와대에서 주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천주교 주교단을 만난다.

둘째 날인 15일에는 숙소인 주한교황청대사관을 출발, 청와대가 제공하는 전용헬기를 타고 대전으로 이동한다. 오전 10시30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천주교 신자들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다. 오후에는 성(聖) 김대건 신부의 생가 터인 충남 당진시 솔뫼성지에서 제6회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 참가자들을 만나 연설한다. 교황이 대륙별 청년대회에 참석하는 건 처음이다.

16일에는 한국 천주교 평신도들의 최대 순교성지인 서소문 성지를 찾아 참배하고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미사를 집전한다. 광화문 광장과 서울광장, 청계광장 일대에서 열리는 시복식에는 초청장을 받은 천주교 신자 20만명을 비롯해 50만명에서 10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화문에서 태평로까지 교황의 퍼레이드도 예정돼있다. 한국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 관계자는 “교황이 지역 교회를 직접 찾아 시복식을 주례하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아 장애인요양시설을 방문하고 한국의 수도자 4,000여명 및 평신도 대표들과 만난다.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공현절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로마 외곽의 한 성당을 찾아 목에 새끼 양을 두르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공현절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로마 외곽의 한 성당을 찾아 목에 새끼 양을 두르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방한 나흘 째인 17일에는 충남 서산시 해미순교성지에서 아시아 주교들을 만나고 오후에는 인근 해미읍성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에 참석해 강론할 계획이다.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국내 7대 종단 지도자와 만난다. 이후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마지막 강론을 통해 세계 유일의 민족분단 현장인 한반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사에는 북한 천주교도 초청했으나 참석 여부는 불분명하다. 교황은 미사가 끝난 뒤 오후 1시 서울공항에서 로마행 비행기에 오른다.

“내 나이엔 잃을 것도 별로 없다”며 방탄 차량 대신 일반 차량을 타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때도 평범한 국산 승용차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동할 때는 청와대 제공 헬기를 탈 예정이다.

교황이 한국을 찾는 것은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 1989년 방한한 데 이어 역대 세번째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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