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의 연인' 에이핑크 정은지 내세워
"심각한 장르물 일색인 안방극장에 로맨틱 코미디로 신선한 자극 줄 것"
줄줄이 참패했다. 더 이상 떨어질 자존심이 남아있을까 싶다. 그러나 KBS는 같은 카드를 또 집어 들었다. 바로 아이돌 가수다. 23일 첫 방송되는 KBS 새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은 2년 전 tvN ‘응답하라 1997’로 ‘응칠’ 열풍을 몰고 온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구원투수로 나선다. 과연 통할 수 있을까.
KBS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드라마마다 아이돌 가수를 출연시켰다. 물론 타 방송사의 드라마에서도 아이돌 가수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지만 KBS는 유독 아이돌 가수가 많이 등장했다. 문제는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고도 시청률이 크게 올라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의 정용화가 출연한 월화드라마 ‘미래의 선택’은 시청률 4.1%(이하 닐슨코리아 제공)로 끝을 맺었고 아이돌 가수 아이유가 주인공으로 나온 수목드라마 ‘예쁜 남자’ 역시 3.8%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이뿐이 아니다. 올해 들어 방영된 월화드라마 ‘총리와 나’는 소녀시대의 윤아를 내세우고도 6.1%라는 초라한 시청률로 마감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아이돌 가수 기용에 적극적이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트로트의 연인’이 성공할 수 있을지 선뜻 장담하기는 어렵다.
연출을 맡은 이재상 PD와 주연으로 나오는 정은지와 지현우도 “어찌 보면 뻔한 드라마가 될 수 있다”며 걱정부터 했다. 트로트 가수를 꿈꾸는 최춘희(정은지)가 최고의 스타 작곡가 장준현(지현우)과 함께 좌충우돌 성장해간다는 이야기로, 그간 여러 드라마에서 보아온 그런 내용이다. 소재도, 내용도 신선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다소 밋밋한 스토리 구조에서 악역이 강조되고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극중 최춘희의 라이벌이 될 박수인(이세영)과 기획사 대표 조근우(신성록)의 조합이 그 같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지상파 3사는 전형적인 자극 코드인 출생의 비밀, 살인과 납치 등 극단적인 장치들로 ‘막장 드라마’를 생산하고 있다. ‘트로트의 연인’은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극적 장치를 사용하진 않겠지만 다른 드라마의 전례를 볼 때 시청률이 저조하면 내용을 얼마든 바꿀 가능성이 있다.
이재상 PD는 “이 드라마에서는 자극적인 이야기를 가급적 하지 않겠다”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부터 온 가족이 모두 즐겁게 볼 수 있는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고 가족 드라마라는 점을 강조했다.
‘캔디형’ 여주인공을 내세운 점도 ‘트로트의 연인’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캔디형’ 캐릭터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였다. 다만 과거의 캔디가 모든 시련을 꾹꾹 참고 견뎌냈다면 현재의 캔디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억척스럽고 생활력이 강한 캐릭터를 보여준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도 시청자에겐 익숙한 콘텐츠다. ‘트로트의 연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진부함을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트로트의 연인’의 관계자는 “심각하고 무거운 내용의 장르물이 안방극장을 도배하면서 가볍게 시청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시청자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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