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등 전국 20여 곳 거리응원
출근·등교시간 까지 미루고 시선집중
축제 분위기속 세월호 추모 리본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이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러시아와 첫 경기를 치른 18일 오전 서울을 비롯한 전국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서울 광화문광장(1만 8천여 명)과 영동대로(2만 4천여 명)를 비롯해 대전 월드컵경기장,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 전국 20여 곳에 거리응원 인파가 몰렸다.
일부 지역에는 간밤에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붉은 티셔츠를 갖춰 입은 시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현장에서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이들은 붉은악마 등 주최 측이 준비한 응원프로그램에 호응하며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기원했고, 대형스크린 앞에 마련된 무대에는 월드스타 싸이 등 인기가수들이 차례로 올라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다른 시민도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부터 TV 앞을 지켰다.
거리응원에 나선 시민은 후반 23분 선취골이 터지자 환호성을 지르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서로 손뼉을 부딪치며 키스를 나누는 연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6분 만에 러시아의 동점골이 나오자 아쉬움의 탄식으로 바뀌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치열하게 공을 주고받는 사이 붉은 물결이 넘실대는 거리는 축제 분위기였다.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광화문광장에 나온 대학생 정예은(21·여)씨는 "한창 시험기간으로 기말 과제가 잔뜩 쌓여 있지만 밤 12시에 친구 6명과 함께 나왔다"며 "새벽에 좀 춥긴 했지만 응원으로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리겠다"고 외쳤다.
외국인도 상당수 응원대열에 가세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유학생 켄드라 반 나이하이스(25·여)씨는 "한국의 응원 문화는 아주 흥겨워서 좋다"며 "특히 경복궁을 마주하고 전통, 현대,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 리본과 1인 시위를 하는 시민이 눈에 띄었다.
'벌써 잊으셨나요'라고 쓴 피켓을 들고 광화문광장에 선 방한나(33·여)씨는 "세월호 참사 후 뉴스를 보는 것조차 힘들고 나도 잊고 싶었지만 진상 규명도 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월드컵에 열광하는 걸 보니 걱정돼 나왔다"고 말했다.
응원전의 '대박'을 기대하며 각종 응원도구와 먹을거리를 준비해 거리로 나온 상인들은 생각보다 저조한 매출에 울상을 지으며 돌아섰다.
경기가 끝난 후 주변 분식집과 빵집은 늦은 아침식사를 해결하려는 시민으로 잠시 붐비기도 했다.
시민은 경기 후 직접 봉투를 들고 쓰레기를 정리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월드컵 축구대표를 배출한 학교에서는 후배들이 한데 모여 힘을 보탰다.
구자철, 김영권, 김창수를 배출한 전주대, 홍정호의 모교인 제주 중앙중·고, 정성룡의 모교인 서귀포고, 박주영의 모교인 대구 청구고의 학생들은 단체로 경기를 관람하며 선배의 이름을 더욱 크게 외쳤다.
평소라면 한창 출근준비로 바쁜 시간이지만 직장인들도 응원에 빠지지 않았다.
일부 기업은 출근시간을 당겨 단체 응원전을 펼치거나 아예 늦춰 경기를 본 후 출근하도록 했다.
이랜드 리테일은 신촌의 한 극장 4개 관을 빌려 임직원 700여 명이 함께 모여 단체 응원을 했다. 홈플러스, 효성그룹 등 임직원은 본사 강당에 모였고, 코오롱그룹은 러시아전 때문에 사내교육 일정을 1주일 연기했다.
러시아 소브콤플로트사(社)의 LNG용 선박을 건조 중인 STX조선해양은 경남 창원마린센터에서 러시아 선주와 직원이 한데 모인 가운데 경기를 보며 우의를 다졌다.
업체는 주먹밥과 과일 등 간단한 아침식사와 호루라기 등 응원도구를 제공했다.
정상출근한 대다수 직장인은 경기시간에 지하철과 버스 등에서 각자 이어폰을 꽂고 DMB로 중계방송을 시청하다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낯선 이와 눈이 마주치면 서로 머쓱해하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자 시민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다음 경기를 기대했다.
광주월드컵 경기장에서 만난 박모(33)씨는 "아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일터로 간다"며 "다음 알제리와 벨기에전에도 응원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수원월드컵 경기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이모(29)씨는 "서울로 출근해야 할 시간이지만 첫 경기이니만큼 대표팀을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나왔다"며 "패배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선전해 준 대표팀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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