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아닌 가슴 맞아…팔 맞았더라도 불가항력적" 오프사이드 의심 되지만, 홍명보 '현답'으로 상황 끝
첫 골 환호도 잠시였다. 한국은 6분 만에 케르자코프(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골이 터진 순간, 우리 수비수들은 손을 들었고, 바라보던 시청자들도, 중계진도 고개를 갸웃했다. ▶영상 바로가기
케르자코프의 슈팅 상황 직전 있었던 안드레이 에스첸코(안지)의 볼 터치 상황이 핸드볼 파울로 보였다.
그렇다면 골로 인정한 주심의 판정은 오심일까? ▶한국 월드컵史 속 결정적 오심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핸드볼 파울이 아니다. 핸드볼 파울은 '충돌이냐 추돌이냐'에 따라 판정이 갈린다. 사전적 해석부터 내놓자면, 충돌은 '움직이는 두 물체가 접촉하여 짧은 시간 내에 서로 힘을 미침. 또는 그런 현상', 추돌은 '자동차나 기차 따위가 뒤에서 들이받음'을 뜻한다.
손이 공으로 갔느냐, 공이 손으로 왔느냐에 따라 파울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FIFA가 발행한 축구경기규칙서 12조는 핸드볼 파울의 성립 조건으로 '공을 향한 손의 움직임'을 명기했다. 이에 비추어보면, 반대로 공이 손을 향했다면 그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권종철 아시아축구연맹 심판강사는 "팔이 아닌 가슴에 맞은 것으로 보이고, 팔에 맞았다 하더라도 이 경우는 불가항력적인 상황, 즉 추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팔이 몸에 붙어 있으면 파울이 아니고, 몸에서 떨어져 있으면 파울'이라는 상식도 핸드볼 파울에 대한 일반적 상식으로 자리잡았지만, 이 역시 잘못된 상식이다. 손이나 팔이 몸에 붙었다고 해도 고의적으로 공의 진행을 저지하려는 행위가 있었다면 핸드볼 파울이 성립된다.
다만 에스첸코의 몸에 맞는 순간 오프사이드 파울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여지는 충분했다. 다양한 카메라 각도로 살펴보면 이 순간 케르자코프의 상체가 우리나라의 최종 2번째 수비수인 이용보다 앞서있다.
하지만 선수들도,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홍 감독은 오프사이드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러시아 취재진의 질문에도 “벤치가 반대쪽에 있어 오프사이드 상황인줄은 몰랐다”면서 “오프사이드라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현명한 답이었다. 뒤늦은 판정 논란은 팀 분위기에 득 될 것이 없다.
김형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