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부문의 사이버 안전을 책임지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석달 째 원장 없는 상태에서 돌아가고 있다. 최근 금융 및 통신, 유통업계 등 각 분야에서 잇따라 터진 대형 정보 유출 사고로 보안 강화가 어느때 보다 시급한 상황이어서 KISA 원장의 부재는 보안사고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17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KISA는 지난 3월 이기주 전 원장이 3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발탁되면서 현재까지 원장 부재 상태를 맞고 있다. KISA 원장은 외부 공모를 통해 모집하는 개방직이어서 공모절차에 착수해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공모는 고사하고 원장 선출을 위한 추천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KISA에서는 원장을 뽑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투명한 과정으로 선발하다보니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KISA 관계자는 “아무래도 인터넷과 관련된 전문적 지식과 소양이 필요한 만큼 추천위원부터 신중하게 선택 할 필요가 있다”며 “조만간 원장 선임을 위한 추천위원들이 선정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KISA 신임 원장 선출이 늦어지는 이유가 정치권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보고 있다. 통상 정치권이나 관할 부처의 퇴임 인사들이 맡았던 전례에 비춰보면 이번에도 낙하산 인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공모 절차를 거쳐도 전직 관련 부처 임원이나 정치권 인사들이 원장을 맡으면서 항상 낙하산 논란이 있어 왔다”며 “선출 절차가 늦어지다 보니 이 같은 의혹을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공공기관 산하단체장 선출과 관련해 불거진 ‘관피아 ’논란도 영향을 미친다. 미래부 관계자는 “요즘 ‘관피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아무래도 KISA 신임 원장 후보 추천이 조심스러워 진행이 더딜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KISA는 원장 부재에 따른 행정 공백이 길어지자 전례 없던 부원장직을 새로 만들어 10일부터 공모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공모를 거쳐 부원장을 뽑는다면 아예 원장 공모 절차를 진행하면 될텐데 굳이 부원장 자리를 만들어 공모를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자리만 하나 늘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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