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년간 LNG 수입키로... 고속철 수출도 추진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200억달러(약 20조4,000억원)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사들이기로 했다. 중국은 대신 고속철을 영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
영국 석유회사 BP가 17일 런던에서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200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20년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번 계약은 유럽 순방에 나선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영국 방문에 맞춰 리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성사됐다. 리 총리는 “올해는 중국과 영국이 전면적인 전략동반자가 된지 10년”이라며 “양국 관계를 위해 새로운 노선을 기획하고 새로운 궤도를 놓으며 새로운 역량을 더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샤오밍(劉曉明) 주영중국대사는 양국이 40여개 협의서에 서명할 것이라며 총 금액이 30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에너지와 금융, 투자, 원전과 고속철 분야가 망라됐다. 영국은 전날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완화 등을 발표했다. 특히 리 총리의 이번 방문에는 대만 기업인 20여명을 비롯 200여명의 양안 기업인이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리 총리 부부는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만났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2011년 영국을 방문했을 때는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 중국은 여왕과 면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방문 일정을 취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리 총리는 19일까지 영국에 머문 뒤 그리스를 방문한다.
리 총리의 이번 유럽행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 3, 4월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벨기에를 순방한지 2개월여 만이어서 주목된다. 중국이 유럽에 공을 쏟는 것은 경제적 이익과 외교적인 필요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2013년까지 9년 연속 중국의 최대 무역 상대였다. 중국도 지난 10년간 EU의 두 번째 무역상대국이었다.
재정난을 겪는 유럽 국가들과 기업은 중국의 자금이 절실한 상태다. 중국도 유럽의 첨단 기술력이 필요하다. 외교적으로도 중국은 미일과 갈등이 점점 불거지면서 유럽과 관계가 더 중요해졌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유럽은 중국의 굴기에 가장 큰 도전인 ‘서방’의 저항을 해소하는 데 가장 현실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영국의 LNG 계약은 중국이 최근 에너지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 러시아와도 4,000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30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시 주석은 최근 중앙재경영도소조 회의를 주재하며 “중국이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이 되며 에너지 안보는 이제 국가 경제 사회 발전 전반에 걸쳐 중요한 국가 전략이 됐다”며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서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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