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비축분 남았지만 2~3개월 못 버틸 듯"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1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3시)부터 대 우크라이나에 가스공급을 중단하면서 두 나라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난방용 가스 수요가 없는 여름철에 단행된 금수 조치로 당장 가스 대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가스 금수조치에 이어 친(親) 러시아 민병대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국영은행 건물을 장악하면서, 이번 사태의 파장이 경제적 분야까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2~3개월 이상 못 버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 중단 보복조치를 당한 건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스 공급가격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는 바람에 2006년과 2009년에는 한 겨울에 가스공급이 끊긴 경험이 있다. 따라서 난방용 가스수요가 없는 여름철에 취해진 이번 금수 조치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스공급 중단이 장기화하면 상황이 달라지고, 우크라이나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REI) 주진홍 러시아ㆍCIS팀 전문연구원은 “우크라이나도 지하 저장시설 용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금수 기간이 2, 3개월을 넘어서면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기에 빠진 우크라이나를 구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역수출 제안을 내놓기는 했다. 우크라이나의 가스수입업체 나프토가스의 최고경영자(CEO) 안드리 코볼레프는 “EU 집행위원회가 우크라이나의 지하 가스 저장시설에 넣을 가스 구입을 고려해달라고 유럽 가스회사들에 공식 요청했다”며 “유럽 가스회사들이 제시한 가격도 가스프롬의 할인가보다 낮다”고 밝혔다.
기술적으로 EU지역에서 러시아 가스를 우크라이나가 역수입하는 건 문제가 없다.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EU와 러시아 사이의 가스관 압력을 조절하면 손쉽게 유럽에서 가스를 들여올 수 있다. 이성규 에너지경제연구원 해외정보분석실장은 “러시아가 높은 압력으로 가스를 우크라이나로 보내면 우크라이나는 기선을 통해 자국 물량을 사용하고, 나머지를 유럽으로 보낸다”며 “마찬가지로 방식으로 다른 유럽 국가에서 가스관을 통해 공급받는 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경고장 날리는 러시아
그러나 EU가 가스 역수출로 우크라이나를 구해 낼 지는 미지수다. 러시아가 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이 제의가 나오자마자 “역수출에 가담하는 유럽 회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CEO는 “유럽에 판 것인데 우크라이나가 유럽 소비자용 가스를 마음대로 쓰는 것은 반 사기”라고 비판하며 “유럽과 우크라이나 간 가스 거래를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도 “우크라이나가 유럽에 판매된 러시아 가스를 빼돌릴 경우 가스수출 경로를 바꿀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체납대금을 갚지 않으면 추가 가스협상을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사실 이번 사태에 이전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정기적으로 가스가격을 협상을 진행해오면서 불신이 쌓여왔다. 러시아는 가스 공급물량이 중간에 새 나가는 점을 들어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를 훔쳐간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 친(親)러시아계 분리주의 민병대는 16일 도네츠크주(州) 우크라이나 국영은행 건물을 장악했다. 올렉산드르 매튜신 민병대 지도자는 경호원 5명을 대동한 채 은행으로 들어와 “한 달 이상 준비해왔다”며 “금융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러시아와 대치하고 있는 국경 지역의 안전이 확보되면 분리주의 무장세력과의 휴전을 선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대변인은 “아무도 포로센코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만 휴전하고 정부군은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 정부군이 먼저 공격을 중단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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