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어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요청서 국회 제출을 유보했다. 청와대측은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현지 일정으로 임명동의안 관련 보고를 받고 재가하기가 여의치 않은 사정 탓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의 문 후보자 지명철회 및 자신사퇴 요구가 거세고, 여당 내에서까지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 등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청와대는 당초 문 후보자의 과거 교회강연 등을 통해 드러난 역사인식과 개인행적 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음에도 국회임명동의 절차를 강행한다는 방침이었다. 법 절차에 따라 문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과정을 거친 뒤 국민과 국회가 판단하도록 하는 게 순리라는 근거에서다. 그의 과거 발언이 거두절미돼 보도되면서 생긴 오해가 청문회에서의 충분한 해명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도 했던 듯하다. 여론재판이 아니라 국회 청문회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헌법절차에 부합하며 정치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부정적 국민여론은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종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종교계가 문 후보자의 지명철회 및 자진사퇴 요구대열에 앞장 섰고 경실련 등 중도적 시민단체들까지도 가세했다. 특히 새누리당 당권주자인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이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문 후보자가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 잘 판단해야 된다”며 사실상 자신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사전교감을 거쳤다는 흔적은 없지만 그만큼 여당 내부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문 후보자는 어제 기자들에게 “청문회 석상에서 당당히 밝히겠다”며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본인으로서는 억울하고 부당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흐름을 뒤집기는 역부족인 상황인 것 같다. 청문회를 거쳐 국회에서 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미칠 타격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문 후보자는 국민여론과 정치 현실을 직시하고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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