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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인술... 국내 원폭피해자 10년째 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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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인술... 국내 원폭피해자 10년째 돌봐

입력
2014.06.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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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사키 원폭 전문병원의 도모나가 마사오(오른쪽) 전 원장이 17일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우리나라 원폭피해 노인들과 건강 상담을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일본 나가사키 원폭 전문병원의 도모나가 마사오(오른쪽) 전 원장이 17일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우리나라 원폭피해 노인들과 건강 상담을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2005년부터 1년에 2번 진행, 진료는 못하지만 노하우 전달

올해로 히로시마 원폭 69주년, 한국인 피해자 2600명 달해

"피폭자들의 상담활동 통해 양국 관계가 더 좋아졌으면"

“요즘 소화가 잘 안되는 데 피폭(被爆)과 관련이 있나요?”

17일 서울 적십자병원은 원자폭탄 피해 전문 일본의사들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사는 원폭 피해자들에게 건강 상담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도모나가 마사오(71) 일본 나가사키 원폭 전문병원 전 원장을 단장으로 내과 의사 6명과 보건사, 행정지원 등 모두 9명은 3박 4일 일정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일본 의사들이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진료는 상담만 할 수 있지만 원폭에 대한 노하우 만큼은 우리보다 훨씬 낫다. 일본에서 훨씬 많은 원폭 피해자들을 치료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모(73) 할아버지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 모두 어린 나이에 영문도 모른 채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들”며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와 건강을 살펴주니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의료진의 한국인 피해자 건강 상담은 2005년부터 1년에 두 차례씩 진행되고 있다. 이번이 벌써 18번째다. 진료 대상자는 원폭 투하 당시 일정 반경 내에 거주하던 사람들과 당시 태아(胎兒)들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한국인 피해자들만 2,600명에 달한다. 이중 1년에 10명 정도는 피해 증상이 심하다고 판단돼 ‘도일(渡日) 치료’도 받는다. 원폭 피해자들은 앞으로 15~20년 정도 더 생존할 것으로 판단된다. 상담 활동이 적어도 20년 이상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시라이시 게이코 전문의는 “한번 피폭되면 일생 동안 방사선의 영향을 받게 된다”며 “한국인 피폭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힘 닿는 한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원폭전문 의료진이 17일 오전 서울 적십자사병원에서 우리나라 원폭피해 노인들을 내과 상담을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일본 원폭전문 의료진이 17일 오전 서울 적십자사병원에서 우리나라 원폭피해 노인들을 내과 상담을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1945년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원자폭탄이 떨어진 이후 올해로 벌써 69년이 지났다. 강산이 7번쯤 바뀌었는데도 원폭에 노출된 상처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당시 히로시마의 소학교(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던 남화자(80) 할머니는 “등교 하려는데 공습 사이렌이 울려 남동생, 여동생과 함께 집에 숨었다”며 “갑자기 환한 빛이 ‘번쩍’하더니 벽과 창문이 모두 부서지고 창가 쪽에 있던 여동생과 남동생은 등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며 끔찍했던 기억을 더듬어 냈다. 그 후유증인지 알 수 없지만 남 할머니는 결혼 후에도 아이를 갖지 못했고 남동생의 딸은 태어나면서부터 머리 숱이 없어 가발을 써야 했다. 여동생 역시 더운 여름이면 당시 화상 부위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고통을 겪고 있다.

도모나가 전 원장은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해 “적십자 활동은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이런 진료활동을 통해 양국이 더 좋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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