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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외침과 소통

입력
2014.06.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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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대한민국의 6월은 지난 30여년간 오늘 아침처럼 4년마다 외치는 대~한민국과 매년 기억해야 하는 대한민국이 공존하는 달이 됐다. 1985년 1월 국가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6월을 보훈의 달로 지정했다. 같은 시기인 1986년 멕시코 대회를 시작으로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브라질 대회까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그 결과 6월에는 언제나 애국심을 주제로 한 소통이 넘쳐났다. 그렇다면 그 동안 우리는 대~한민국을 외치며 대한민국의 애국심을 제대로 소통해 왔을까?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인 모리치오 비롤리는 애국심을 국민이 함께 고난의 역사를 기억함으로써 각자의 도덕적 의무감을 되새기고 자긍심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이 기억을 바탕으로 국가는 역사를 기념하게 된다. 그 이유는 책임을 수반하는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국가의 응원 구호도 이런 자긍심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매년 기억해야 하는 6월 호국의 의미를 외면한 채 4년마다 대~한민국만 소리 높여 외쳐 왔다면 그것은 스포츠를 통한 개인의 유희와 오락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한, 애국심은 전체성이 강조되는 맹목적 애국심과 개별 의견과 참여를 전제로 국가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는 건설적 애국심으로 구분된다. 이 두 가지는 상호 배타적이지만 공존하는 개념이다. 애국심을 표방하며 상호 갈등을 빚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다문화 국가로의 진화, 정책 이해관계의 다각화 속에서 맹목적 애국심은 사실상 민족주의라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월드컵은 공식적으로 맹목적 애국심을 자유롭게 표출시키고 국민들을 정치적 관심으로부터 잠시 멀어지게 함으로써 단기간에 조건 없는 단합을 경험하게 해준다. 일종의 배타적인 감성의 배출구인 것이다. 국제축구연맹의 객관적 순위와 전력보다 자국에 유리한 해석과 국민의 기대감을 극대화 시키는 것은 편파적일 수 있으나 달리 보면 긍정적 사고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는 맹목적 애국심의 순기능이다. 그래서 월드컵이면 어김없이 국민 통합의 모습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올해는 과거에 비해 차분한 월드컵을 맞고 있다. “즐겨라, 대한민국!” 뒤에 잊지 말자 세월호의 구호도 추가됐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월드컵 응원 기간 중 반드시 기억하고 공감해야 할 것이 있다. 호국보훈마저 정치와 이념의 잣대로 논쟁이 벌어지는 현실에서 적어도 일주일 후 맞이하게 되는 6?25에 대한 본질적 의미만큼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호국보훈을 주제로 한 대한민국의 소통은 어떠한가? 국민은 무관심하고 정부의 소통자원은 부족하다. 현충일에 인증 사진 이벤트를 하며 문화상품권을 내걸고, 조기게양을 독려하고, 1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경품으로 주며 매달 호국보훈 관련 퀴즈 이벤트로 호국 영웅을 홍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번 브라질 월드컵 16강이 시작되는 6월 29일도 축구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12년 전인 2002년 한일 월드컵 3, 4위전이 있었던 날로 기억하지만 같은 날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에선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당한 제2연평해전이 발생했다. 그나마 2008년 개설해 2012년부터 연중 운영하겠다던 제2연평해전 사이버 추모관은 폐쇄돼 있다. 지난 2005년 제작돼 국무위원들도 가슴에 달고 있는 ‘나라 사랑 큰 나무’ 배지 달기 캠페인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은 스팸 메시지로 가득하다. 정부의 홍보만을 탓할 순 없다. 국민이 기억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결코 존속될 수 없는 소통이 바로 애국심을 주제로 하는 호국보훈 운동이기 때문이다. 6?25 전쟁에서 16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대한민국 국군 전사자 중 13만여 명은 6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습조차 되지 않았다. 그 희생으로 지켜낸 자유가 있기에 우리는 지금 월드컵을 즐길 수 있다. 국가대표팀의 멋진 골에 환호하는 순간, 그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이 자유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대~한민국을 외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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