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법원이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을 정식재판에 회부하면서 검찰의 ‘여권 봐주기’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정식 절차를 거쳐 정 의원의 혐의에 대해 징역형 선고를 포함한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따져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9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 결과를 발표하면서 청와대 재직시절 담당 공직자로서 대화록 내용을 유출한 정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해 논란이 일었다. 국가비밀을 선거에 이용했는데도 처벌조차 가벼운 나쁜 선례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정 의원에게 의원직 상실의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해석됐다. 일반 형사사건에서 벌금형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정식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정 의원은 의원직을 잃는다.
법조계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정 의원의 혐의에 대한 추가적인 내용이 밝혀질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법원 최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기는 했지만, 정식 재판이 시작되면 (다른 법을 적용할 것인지 등) 공소장 변경 명령 등을 통해 사건을 달리 판단할 가능성이 생긴다”며 “재판부는 의구심을 가지고, 검찰은 피고인이 별 문제 없다고 항변하는 이상한 형태의 재판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 판단에 따라 정식 재판에 회부된 만큼, 앞으로 공소 유지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검찰이 유출의혹에 연루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등 나머지 여권 관계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크지만, 법원의 재량이 미치지 않는 부분이다. 검찰이 아예 기소를 하지 않은 사안은 법원이 별도로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정 의원 공판에서 대통령기록물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다면, 김 의원 등에 대한 재수사 여부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검찰은 “여당 의원들이 유출한 대화록은 국정원에서 생산ㆍ보관하던 것이어서 공공기록물관리법을 적용했다”고 항변했지만 ‘같은 대화록 사건에 다른 법 적용’이라는 비판이 일었었다. 앞서 참여정부가 대화록을 국가정보원에만 남기고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은 ‘폐기 의혹’을 두고는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대상을 가리지 않지만, 공공기록물관리법은 담당 공직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어 김무성 의원 등을 무혐의 처분하기 위해 검찰이 맞춤형 조항을 골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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