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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 이란 협력에... 이스라엘·수니파 국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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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 이란 협력에... 이스라엘·수니파 국가 반발

입력
2014.06.1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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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중동 외교전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 "美, 이란핵 태도 변화 우려" 수니파 사우디ㆍ요르단은 "외국 개입 반대" 행동 조짐

스페인 경찰 특공대가 16일 수도 마드리드에서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무장대원 모집 혐의를 받고 있는 한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스페인 경찰은 이날 같은 혐의로 모두 8명을 붙잡았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
스페인 경찰 특공대가 16일 수도 마드리드에서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무장대원 모집 혐의를 받고 있는 한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스페인 경찰은 이날 같은 혐의로 모두 8명을 붙잡았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

이라크 내전 교착 상태에 바그다드 북쪽 100km서 대치 정부 - 반군 심리전 공방 벌여 이라크 내 수니파는 엑소더스

17일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무장세력과 이에 맞선 이라크 정부군ㆍ시아파 민병대 모두 바그다드 북쪽 60~100㎞ 부근 전선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그러나 어느 한쪽도 결정적 승기를 잡지 못했다. 반면 중동지역에서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 계기로 삼으려는 주변국들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고착되는 대치전선

외신에 따르면 ISIS는 전날 밤부터 이라크 중부 디얄라주(州)의 주도 바쿠바를 공격, 이날 한 때 일부 지역을 장악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60㎞ 떨어진 지역이 함락되면서 전황이 기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으나, 이라크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가 곧바로 ISIS를 외곽으로 몰아냈다. ISIS는 또 모술과 이라크ㆍ시리아 국경 사이 소도시(탈 아파르) 인근 몇몇 마을을 손에 넣기는 했으나, 양측의 대치전선은 지난 주말 형성된 바그다드 북부 60~100㎞ 지역에서 고착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수니파와 시아파 세력은 상대방의 전의를 꺾을 사진과 자료도 공개했다. ISIS 반군은 영국 텔레그래프를 통해 팔을 뒤로 묶인 채 땅바닥에 앉은 군복 차림의 이라크 정부군 5명을 심문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신문은 관련 영상에서는 희미하게 처리됐지만, 실제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죽은 시신의 모습도 보였다고 전했다. 이라크 정부도 시아파 청년들이 전선으로 달려가는 장면을 언론에 내보냈다.

복잡해지는 주변국의 셈법

주변국의 개입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미 병력을 보낸 이란은 오랜 숙적인 미국에 협력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AP통신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테러 집단을 응징하고자 미국이 행동에 나선다면 협력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두 나라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이란 핵 협상 테이블을 통해 이라크 처리방안을 논의 중이다. 핵 문제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강력한 압박을 받던 이란으로서는 ‘시아파 맹주’라는 지위를 인정받는 것은 물론 핵 협상에서도 실리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저울추가 이란 쪽으로 움직이는 게 분명해지자, 수니파 진영도 이날부터 분명한 반응을 내놓기 시작했다.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내각회의를 열어 “이라크 사태에 외국 개입을 반대하며, 이라크는 모든 종파를 아우르는 국민통합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 입김이 작용하는 ‘시아파’ 이라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라크 서부와 맞닿은 수니파 집권 요르단도 180㎞에 달하는 이라크와의 국경 방어 태세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역시 미국이 자신들의 ‘원수’와 다름없는 이란과 협력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발 슈타이니츠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은 “미국과 이란의 공조가 중동의 가장 중대한 안보 위협인 이란 핵 문제에서 미국의 태도를 누그러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KRG)도 갈수록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치르반 바르자니 KRG 수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로 이라크가 과거로 회귀하는 건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이라크 중앙정부와는 분리된 쿠르드 민족만의 국가건설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KRG는 또 중앙정부에 대해 석유 판매수입 배분 몫의 확대도 요구했다. 외교ㆍ교육부장관 출신 사핀 디자이 자치정부 대변인은 “현재 이라크 전체 석유판매 수입의 17%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는 KRG 귀속분을 25%로까지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동요하는 이라크 민심

미국의 반전운동 단체 회원들이 16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라크 군사개입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의 반전운동 단체 회원들이 16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라크 군사개입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전선 대치가 장기화하고 종교전쟁 색채가 뚜렷해지자, 특정지역의 소수파 주민이 안전지대로 대피하는 등 내부 민심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수니파 주민의 대량 탈출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종교 보복을 두려워한 일부 수니파 부유층이 해외 탈출을 모색하면서 환율과 항공권 가격도 크게 치솟고 있다. 이 신문은 해외로 탈출할 수 없는 서민 가정에서도 가족 가운데 일부를 인근 지역 도시로 대피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정부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SNS) 서비스를 차단했다. 이는 반군 세력의 인터넷 선동 전략에 맞선 관계 당국의 정보통제 조치로 풀이된다.

한편 이라크에 대사관과 사무소를 둔 주요국과 국제기구도 직원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유엔은 200여명의 바그다드 주재 인력 중 58명을 인근 요르단 암만으로 재배치한 뒤 최종적으로는 KRG 수도 아르빌로 옮길 예정이다. 말레이시아도 외무부 성명을 통해 자국민에 대해 즉각적인 귀국을 촉구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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