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붉은 함성은 작아졌지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붉은 함성은 작아졌지만...

입력
2014.06.17 19:02
0 0

붉은 함성 넘쳤던 응원현장 차분하고 조용히 승리기원

서울광장엔 무거운 적막 흐르고

독일월드컵 당시 10만 인파가 몰린 서울광장(왼쪽)과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가 설치된 최근 모습이 대조적이다. 붉은 악마는 서울광장 대신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응원을 펼친다.
독일월드컵 당시 10만 인파가 몰린 서울광장(왼쪽)과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가 설치된 최근 모습이 대조적이다. 붉은 악마는 서울광장 대신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응원을 펼친다.

그래도 두 주먹 쥐고 "대~한민국"

지구촌이 월드컵 열기로 뜨겁다. 그러나 우리는 신이 나질 않는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슬픔과 분노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탓이다. 태극전사들이 경기를 치르는 이 순간 서울광장에는 무거운 적막이 흐르고 있다. 4년 전 대형 스크린과 무대가 들어섰던 광장 구석에서 수만 개의 노란 리본이 새벽바람에 흔들리고 있을 뿐.

과거와는 다르게 월드컵이 다가왔다. 첫 경기를 하루 앞둔 17일까지도 거리에서는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흔한 월드컵 응원가 한 소절 들리지 않고 넘쳐나던 승리 기원 문구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4년 전만 해도 빌딩마다 내걸렸던 태극전사들의 대형 사진 역시 자취를 감췄다. 심지어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조차 대표팀 선전을 기원하는 대형 걸개그림을 건물에 내걸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16일“이번 월드컵 기간 응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외관도 썰렁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대표팀의 대형 사진이 걸린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 건물이 썰렁한 현재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과거의 사진을 현재의 같은 장소와 겹쳐 찍는 리포토그래피(Rephotography)기법으로 뜨거웠던 월드컵의 열기와 최근의 추모 분위기를 대조적으로 표현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대표팀의 대형 사진이 걸린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 건물이 썰렁한 현재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과거의 사진을 현재의 같은 장소와 겹쳐 찍는 리포토그래피(Rephotography)기법으로 뜨거웠던 월드컵의 열기와 최근의 추모 분위기를 대조적으로 표현했다.

사회적 추모 분위기를 감안해 월드컵 마케팅이나 이벤트를 자제하기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남아공월드컵 때만 해도 대형 걸개그림을 사옥에 걸고 직원들이 응원 이벤트도 벌였지만 이번에는 그런 행사를 개최하지 않았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대형 빌딩에도 걸개 없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광화문 교보타워에는 응원메시지가 담겨있는 대형 걸개가 걸렸고 광화문광장에서는 각종 행사가 열렸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찾기 힘들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광화문 교보타워에는 응원메시지가 담겨있는 대형 걸개가 걸렸고 광화문광장에서는 각종 행사가 열렸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찾기 힘들다.

광장엔 함성 사라져

2006년 6월 19일 독일월드컵 대표팀이 프랑스를 상대로 동점골을 터뜨리자 서울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대표팀 첫 경기를 사흘 앞둔 지난 15일 8년 전 사진을 들고 같은 장소인 광화문 광장에 섰다.
2006년 6월 19일 독일월드컵 대표팀이 프랑스를 상대로 동점골을 터뜨리자 서울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대표팀 첫 경기를 사흘 앞둔 지난 15일 8년 전 사진을 들고 같은 장소인 광화문 광장에 섰다.

시청역엔 선전 기원 문구 없어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마케팅 이미지와 선전문구가 가득했던 지하철 시청역 계단 도 올해는 아무런 월드컵 홍보 이미지 없이 깨끗하다.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마케팅 이미지와 선전문구가 가득했던 지하철 시청역 계단 도 올해는 아무런 월드컵 홍보 이미지 없이 깨끗하다.

4년 전만 해도 한 집 건너 하나 꼴로 불티나게 응원 티셔츠를 팔아 치웠던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요즘 속이 타 들어갈 지경이다. 세월호 여파로 매출이 급감한데다 거리응원 마저 대부분 취소되면서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응원 티셔츠 3,000장을 들여놓았다는 상인 양윤옥(55)씨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부터 응원티셔츠를 팔았는데 이번처럼 안 팔리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을 하기로 했다니까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월드컵 특수 사라졌고

2006년 붉은색 응원 티셔츠를 가득 쌓아놓은 남대문시장의 모습과 지난 13일 같은 장소인데도 응원 티셔츠를 찾아보기 힘든 모습.
2006년 붉은색 응원 티셔츠를 가득 쌓아놓은 남대문시장의 모습과 지난 13일 같은 장소인데도 응원 티셔츠를 찾아보기 힘든 모습.

월드컵의 벅찬 함성 없이 결전의 날이 밝았다.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응원을 펼칠 붉은 악마는 ‘조용한 거리응원’을 선언했다. 흥을 돋우는 공연이나 대규모 퍼포먼스도 대폭 줄였다. 거리를 가득 메운 응원의 물결이나 환호성은 사라졌지만 우리는 승리를 원한다. 비장한 각오로 전장에 나선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차분하고 조용하게 기원하자. 모두가 하나 되어 외쳤던‘대~한민국’은 거리가 아닌 우리 가슴 속에서 뜨겁게 울려 퍼질 것이다.

사진부 기획팀=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