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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 분장이 끝나면... 사람처럼 살기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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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 분장이 끝나면... 사람처럼 살기 금지

입력
2014.06.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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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만의 30년 전통 매일 기어다니며 고양이 연습 인터미션 때 객석 헤집으며 교감 관객과 대화·사진 촬영 금지

15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은 주말을 맞아 뮤지컬 ‘캣츠’를 보러 온 관객이 가득했다. 1부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잠시 숨을 돌리려는 찰나, 고양이 분장의 배우들이 객석을 기웃거리며 관객들과 교감에 나섰다. 어린이 관객은 장난스럽게 고양이 꼬리를 잡아당기고 젊은 여성들은 섹시한 도둑고양이 몽고제리를 쓰다듬는 등 짓궂게 장난을 걸었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도도한 자세로 관객의 무릎 위를 올라타거나 배를 드러내고 바닥에 누웠다. 심지어 객석과 객석 사이를 네 발로 기며 헤집고 다니는 배우도 있었다. 무대 위 조명이 꺼진 상태에서도 진짜 고양이처럼 행동하는 배우들 덕에 관객 1,700여명은 20분 남짓한 인터미션 시간에 또 다른 공연 한 편을 본듯한 착각에 빠졌다.

뮤지컬 팬이라면 1981년부터 30년 넘게 무대 위에 오른 ‘캣츠’의 내용과 음악을 모를 리 없다. ‘전세계인이 가장 사랑한 뮤지컬’이라는 수식어는 바꿔 말하면 ‘전세계인에게 가장 많이 노출된 뮤지컬’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캣츠’는 공연마다 전석 매진되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팬들의 ‘30년 사랑’을 독차지한 ‘캣츠’의 비결은 뭘까.

‘캣츠’의 저력은 공연은 물론 연습 중에도 배우들에게 적용되는 독특하고 엄격한 규칙에서 나온다. 고양이 분장의 배우는 무대 밖에서 인간과 대화하거나 사진을 찍지 못하며 실제 고양이 행동과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다. 연습 중에도 연기와 노래가 일정 수준에 올라야만 ‘캣츠’ 배우의 상징인 고양이 꼬리를 부여 받고 각자 캐릭터에 맞게 스스로 꼬리를 장식해야 한다. 초연부터 30년 넘게 지켜온 ‘캣츠’의 전통이다. 세계 투어팀 안무를 맡고 있는 조앤 로빈슨은 “관객이 고양이 세계의 판타지를 온전히 경험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이를 위해 배우들은 매일 아침 연습 전에 고양이처럼 기어 다니면서 냄새를 맡거나 다리로 몸을 긁는 등 ‘고양이 되기’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모차르트!'의 변화 가사 수정하고 새 노래 추가 내적 갈등·대립·광기 부각 무대·주변인물도 새 해석

‘캣츠’가 전통을 고수하는 것과 달리 뮤지컬 ‘모차르트!’는 변화를 택했다. 2010년 국내 초연 이후 올해로 네 번째 무대에 오르는 ‘모차르트!’는 새 연출가 아드리안 오스몬드가 재해석한 버전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 공연에 비해 모차르트의 내적 갈등과 주변인들과의 대립, 그로 인한 광기 등을 더욱 부각시킨 것이 특징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넘버(음악)의 변화다. 넘버 가사의 80%가 수정됐고 ‘나는 나는 음악’의 변주곡이 반복되기도 한다. 모차르트와 대주교 콜로레도의 대립이 최고조에 달하는 장면이 추가되면서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등 새 넘버 세 곡이 추가됐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광기에 찬 모차르트의 모습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원작자들과 함께 다수의 곡을 편곡했다”며 “기존 관객이 들어보지 못한 노래와 드라마 등 새롭게 발견한 부분을 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무대와 주변 캐릭터도 새롭게 해석했다.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상상력을 표현하기 위해 음표 이미지 조명을 무대 바닥에 비추고 여러 작품에서 희생의 삶을 살아온 것으로 묘사됐던 누이 난넬 모차르트 역시 주체적인 삶을 꿈꾸는 여성으로 재탄생했다.

'싱잉 인 더...' 물과 전쟁 미끄러운 무대 적응훈련 기본 공연 중 폭우 맞은 배우들 몸 말리고 새 옷 입느라 분주

‘싱잉 인 더 레인’은 아이돌 스타를 보는 재미뿐 아니라 물을 구경하는 볼거리도 제공한다. 150분의 공연 시간 동안 총 1만ℓ 가량의 빗물이 쏟아지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탭댄스와 스윙댄스 등 다양한 안무를 선보인다.

관객들이야 시원한 무대와 화려한 안무 감상으로 즐겁지만 배우들은 그야말로 물과의 전쟁 중이다. 4개월에 걸쳐 춤을 배운 배우들은 방수 처리된 무대와 쏟아지는 물 때문에 개막 일주일 전부터 다시 무대 적응 연습에 돌입해야 했다. 미끄러운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만큼 부상 방지 훈련은 필수다.

배우들의 건강 관리도 관건이다. 아무리 여름철이라도 엄청난 양의 물을 맞는 만큼 배우들이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그 때문에 폭우를 맞는 1막 마지막 장면이 끝난 후 배우들은 무대 뒤에서 젖은 몸을 말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느라 분주하다. 보통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다른 뮤지컬의 인터미션 시간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싱잉 인 더 레인’은 이미 널리 알려진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볼거리와 다양한 퍼포먼스 덕분에 관객들로부터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며 “이 외에도 다양한 앙코르 공연이 흥행몰이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전작보다 업그레이드된 작품을 만들기 위한 배우와 제작진의 치열한 노력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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