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렇게 좋았어?” 세수를 하고 나오니 남편이 물었다. 무슨 뚱딴지냐는 표정을 짓자 그는 새벽녘 깔깔거리는 내 웃음소리에 잠을 깼다고 했다. 여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명랑한 음성이라 섬뜩하기까지 했다나. “궁금했어. 저 사람 꿈속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싶어서 말이야. 옆에 있으면서 서로 딴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생각나는 거 없어?”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 웃음을 불러일으킨 장면이 한 토막도 기억나지 않았다. 일어나기 직전의 꿈에서 어딘가에 다리 한쪽이 빠져 옴짝달싹 못하던 불쾌한 기분만 미지근하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간밤에 나는 무슨 즐거운 일을 겪었던 걸까. 악몽에 시달리거나 가위에 눌릴 때는 억지로 몸을 비틀어서라도 잠에서 깬다. 꿈의 세계에서 이쪽 현실로 도망을 치는 것이리라. 벽이나 이불을 더듬어 본 후 안도의 숨을 쉬지만, 그럴 땐 꿈의 기억이 너무 생생하기도 하고 그쪽으로 돌아가게 될까 봐 겁도 나서 감히 다시 잠을 청할 수가 없다. 그런데 깔깔 웃음까지 흘리게 만든 즐거운 꿈속에서는, 이쪽을 까맣게 잊고 마냥 거기 머물고 싶어지는 걸까. 그 염원 덕에 그저 꿈에 풍덩 잠겨 있다가, 깨고 나면 몽땅 망각하게 되는 걸까. 행복의 파랑새라도 놓친 양 나는 잃어버린 꿈이 아까웠다.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잃어버린 꿈이었으니, 애써 떠올리지 않는 어느 날 저절로 불쑥 떠오르길 바라나 보아야 할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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