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남자 득점 기계 호날두

고개 숙인 남자 득점 기계 호날두

‘득점 기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ㆍ레알 마드리드)가 월드컵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호날두는 17일(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치노바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 독일과 경기에 선발 출전했지만 무득점에 그쳤다. 포르투갈은 토마스 뮐러(25ㆍ바이에른 뮌헨)에 3골, 마츠 훔멜스(26ㆍ도르트문트)에 1골을 내주며 0-4로 완패했다.

포르투갈 희망 호날두는 풀타임을 뛰었다. 전반 5분 질풍 같은 드리블, 전반 6분 대포알 슈팅 등 경기 초반에는 날렵한 몸놀림을 선보였다. 하지만 수비수 페페(31ㆍ레알 마드리드)가 퇴장 당하면서 완전히 넘어간 경기 분위기를 뒤집지 못했다. 동료들의 도움도 없었고 호날두의 경기력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호날두는 최근까지 왼쪽 무릎 건염과 다리 근육 통증에 시달렸다. 본선 직전 열린 멕시코,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모두 거를 만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호날두는 브라질에 입성한 뒤에도 가벼운 스트레칭에만 시간을 쏟았다. 본선 실전을 위해 휴식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호날두는 부상 정도가 심각하다는 외신 보도에 “몸 상태는 완벽하다. 독일 전에 뛸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독일의 강력한 압박 수비를 뚫을 정도의 컨디션과 체력이 분명 아니었다. 호날두는 페페가 퇴장을 당하기 전에도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다.

투지는 높이 살만했다. 경기 종료 직전 무회전 프리킥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호날두는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대포알 같은 오른발 슛으로 축구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28ㆍ바이에른 뮌헨)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골맛은 보지 못했지만 호날두의 ‘클래스’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호날두는 지난 1월 리오넬 메시(27ㆍFC바르셀로나)와 프랭크 리베리(31ㆍ바이에른 뮌헨)를 제치고 2013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를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 받는 스타 중 한 명이며,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골든볼’ 후보 1순위다.

하지만 역시나 월드컵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호날두는 앞서 두 차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 2006 독일 월드컵,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각각 1골씩 기록했다. 그러나 페널티킥과 약체 북한을 상대로 기록한 골이었던 만큼 영양가가 떨어졌다. ‘월드컵에서는 부진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호날두는 경기 후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매긴 평점에서도 5점에 그쳤다. 이 매체는 호날두의 경기력에 대해 “슈팅을 너무 중구난방으로 했다”고 평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